DJ DOC와 뮤지컬을! - 주크박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신나는 그 노래 그런 스토리가…

[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흔히 '주크박스 뮤지컬 Jukebox Musical'이라는 말을 쓴다. 일단 사전적인 의미를 알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주크박스(Jukebox)'는 동전을 넣고 좋아하는 곡목이 있는 레코드를 울리는 선술집(juke) '음악 자동판매기'다. 51개 주 전체의 주크박스 속 레코드의 연주 빈도수를 주 단위로 집계해 히트곡의 기준으로 삼는 미국에서는 '주크박스=히트곡' 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궁금증이 풀렸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기 발표된 검증된 히트곡을 극의 재료로 삼아 뮤지컬로 새롭게 탄생시킨 것. 1970~80대 스웨덴의 전설적인 4인조 그룹 '아바 ABBA'의 노래에서 영감을 얻은 '맘마 미아! Mamma Mia!'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대표 격인 작품이다. 여전히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도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의 바람이 분다. 100% '전무(全無)'에서 시작해야 하는 창작 뮤지컬과는 달리 주크박스 뮤지컬은 검증된 음악을 토대로 창작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8090' 추억의 가요들을 빼곡히 채워 넣은 '젊음의 행진'과 양희은ㆍ양희경 자매의 '어디만큼 왔니' 등 중ㆍ장년층을 겨냥한 것에서부터 슈퍼스타 강동원을 있게 한 영화 '늑대의 유혹'의 크로스오버와 '뮤지컬 온에어'의 뉴 버전 '온에어 초콜릿' 등 젊은 감성의 뮤지컬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김무열ㆍ윤도현 등 스타파워 덕분에 흥행작은 됐지만 평단은 냉랭했던 이지나 연출가의 '광화문연가'도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에서 기원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성패 여부는 명징하다. 단지 주크박스의 인기에 편승하려 하면 '피'를 보고, 주크박스에 더해 새로운 구성과 이야기를 끌어들이면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지난 8월 영등포CGV 팝 아트홀에서의 초연 후 지난 10월 1일부터 한국 연극과 뮤지컬의 '성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로 자리를 옮겨 공연 중인 '스트릿 라이프 Street Life'도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 중 하나다. '스트릿 라이프'는 1990년대 왕성한 활동을 했던 3인조 그룹 'DJ DOC'의 히트 넘버들로 꾸며진 창작극이다. 'DOC와 춤을' '런투유' '슈퍼맨의 비애' 등 1990년대 댄스곡에서부터 발라드 '기다리고 있어'와 최신곡 '나 이런 사람이야'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DJ DOC의 스물두 곡 히트넘버들이 한 편의 이야기로 엮였다.'스트릿 라이프'는 DJ DOC의 음악뿐이 아닌, 세 캐릭터와 내러티브의 전반적인 느낌과 주제도 DJ DOC에게서 끌어왔다. (뮤지컬의 제목인 '스트릿 라이프'는 극 중 들려지는 스물두 곡 중 하나다.) 학교가 아닌 나이트 클럽을 배경으로, 못 배우고 가난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똑바로 된 인생을 꾸려가기 시작하는 '노는' 20대 젊은이 재민, 수창, 훈이 주인공이다. 나이트클럽에서 각각 DJ와 웨이터, 호객꾼으로 일하던 3인방이 화려한 연예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성공하지만 이내 기획사의 횡포에 밑바닥으로 떨어진다는 설정은 DJ DOC의 자전적 내용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악동'으로 대표되는 DJ DOC의 반항 정신이 '스트릿 라이프'의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스트릿 라이프'를 연출한 사람은 '뮤직 인 마이 하트'(2008) '싱글즈'(2009) 등으로 창작 뮤지컬의 샛별로 떠오른 성재준(37) 연출가다. 처음 도전하는 주크박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를 위해 그는 100곡이 넘는 DJ DOC들의 노래들을 여러 차례 반복ㆍ재생해 들으며 내러티브를 완성했다. 그는 '스트릿 라이프'를 뮤지컬의 전형에서 살짝 벗어난 '팝 뮤지컬'로 가닥을 잡았다. 기존의 뮤지컬과는 달리 음악과 안무, 대사를 최대한 자유분방함 쪽에 방점을 찍으며 콘서트의 생생한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10여 차례가 넘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은 아이돌 댄스 그룹 뺨치는 노래와 춤, 랩 실력을 뽐내며, 합이 짜인 군무 외에도 비보이들의 아크로바틱 등 프리스타일 퍼포먼스이 등장해 흥을 돋운다. 창작 주크박스 뮤지컬의 가장 큰 약점인 이야기에도 꽤 신경을 썼다. 3인3색 캐릭터들의 매력과 개별적인 에피소드들을 각각 차별적으로 보여지게 했으며, 노래와 이야기가 서로 잘 어울리도록 내러티브를 짰다.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고전적' 삼각관계로 진행되는 진부한 구성이나 보는 이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신파' 대사들이 눈에 걸리기는 하지만, 공연 내내 젊은 배우들이 내뿜는 땀과 열정, 에너지 덕분에 관객들은 이런 단점들을 기꺼이 용서하게 된다.
일단은 성공이다. "압도적인 무대 위에서의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모두가 흥겨움을 마음 한 켠에 가진 채 돌아갈 것이다."라는 성재준 연출가의 말처럼 120분 남짓한 러닝타임 동안 객석을 채운 대부분의 관객들은 야광봉을 흔들고 일제히 노래를 따라 부르며 무대의 에너지를 맘껏 빨아들일 수 있다. 어쨌든 '스트릿 라이프'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뮤지컬인 것은 분명하다.태상준 기자 birdca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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