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HF공사에 "고정금리 상품확대 더딘 은행자산 취급말라"외화유동성 확보 지침과 엇박자,,은행권 '일방통행' 행정에 불만[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SC제일은행이 한국주택금융공사(HF공사)를 통해 발행하려던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13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HF공사에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실적이 미미한 은행의 담보자산을 취급하지 말라는 내용의 업무지침을 통보했다. 가계부채종합대책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은행에 대한 '군기잡기'에 나선 것으로 담보자산 유동화를 모색했던 은행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6월 가계부채종합대책을 통해 오는 2016년까지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비거치식·고정금리형 상품 비중을 30%까지 늘리기로 하고 내부적으로 설정한 연도별 목표치를 충족해 줄 것을 업계에 독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택담보자산 유동화를 위해 커버드본드 발행을 준비해왔는데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막혀버린 상태"라며 "HF공사를 통하면 외화 확보를 위한 채권 발행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특히 SC제일은행은 커버드본드 발행액의 30% 정도를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 용도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금융당국에 전달했음에도 "대출상품 공급이 먼저"라며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상황 전개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면 당국 주문대로 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늘릴 수 있는데다 유럽 재정위기로 이슈가 된 외화유동성 확보에도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는 데 그 통로를 스스로 막아버린 꼴이기 때문이다. 실제 HF공사가 발행하는 커버드본드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는 성격이어서 발행금리가 낮다. 지난 7월에는 미 국채 5년물 금리에 2.18%포인트를 더한 연 3.62% 짜리 상품을 직접 내놓아 큰 인기를 끌었고 시중은행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HF공사 관계자는 “SC제일은행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시중은행도 해외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한 외화유동성 확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발행이 이뤄질 경우 저비용 유동화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신한 등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상대적으로 많아 SC제일의 발행 성과를 주목하고 있던 은행들도 당국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모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최근 김석동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커버드본드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언급하면서 한편에서는 발행에 제동을 거는 것을 보면 금융정책 결정 프로세스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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