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희주기자
사진. 이진혁
편집. 장경진
“‘Sixth Sense’는 가수가 음악적 요소하고 계속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곡의 느낌을 영상에서도 보여주고 싶었다”
황수아 감독을 검색해보면 ‘뮤비 해석’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Sixth Sense’ 뮤직비디오도 티저가 공개되었을 때부터 해석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았다. 황수아 감독: ‘Sixth Sense’를 처음 들었을 때 작곡가가 이 곡은 악기와 싸우는 느낌이라고 설명하더라. 브아걸은 태생 자체가 보컬 그룹인만큼 굉장히 노래를 잘 하는 친구들이지만 동시에 퍼포먼스 역시 포기할 수 없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에, 둘을 함께 가져가려고 했다. 코러스도 계속 나오고 브라스와 스트링이 끊임없이 보컬과 싸우고 있는, 가수가 나머지 음악적 요소하고 계속 투쟁을 벌이고 있는 곡인 거다. 그런 치열한 느낌을 영상적으로도 대치하는 부분을 통해서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리고 중간에 하이 노트를 지나면 스트링이 들어오면서 만들어내는 서정성 있는 멜로디가 있다. 그걸 듣는데 뭔가를 되게 전달하고자 하는구나, 이게 그냥 어떤 싸움이 아니라 굉장히 근본적인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거구나 싶더라. 그래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저항과 변화를 도모하며 몸부림친다는 느낌이 전달되게끔 앞부분에서는 치열하게 싸워나가지만 이후에는 추구하는 지점이 공개되는 그런 형태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제아는 족쇄에 묶인 채 물에 빠져 있고, 미료 역시 손이 묶인 채 마이크 앞에 서 있다. 어딘가에 갇혀 있고 억압받고 있는 느낌이다. 황수아 감독: 음악이든 영상이든 창작물을 만듦에 있어 어떤 잣대로 인해 평가받을 때 종종 화가 나는 경우가 있지 않나. 비평의 영역이 아니라 가사 심의 같이 억압되어서는 안 되는 영역에 있는 것들이 과도한 검열을 받고 있다. 콘셉트나 의도에 대한 이해 없이 아주 가시적인 부분에만 대해서 잣대를 들이미는 억압에 대한 표현이기도 했다. 미료의 컷도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하게끔 하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제아는 리더이기도 해서 좀 더 상징적인 희생양의 형태로 그렸다. 이게 단순히 상상이 아니라 지금 전경들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이 친구들의 과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가인은 옷과 몸에 때가 묻어 있는데 그 안에는 쉬폰 원피스, 여성성이 남아 있는 옷을 입고 있다. 그 여자가 비 오는 날에 맞으면서 끌려왔을 수도 있고 물고문을 당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걸 겪어 내면서 이 여자가 변하는 거다. 그런 것들이 과거고 지금 춤추고 있는 레지스탕스가 된 것이 현재인데 그런 히스토리를 전경들이 보는 것이다. 그렇게 상징이나 메시지를 담는 작업에 어려움은 없었나.황수아 감독: 만들면서 이게 민감하게 보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내가 먼저 검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뭔가 잘못 되었구나 싶었다. 충분히 해도 되는 이야기인데 왜 이게 더 다른 식으로 이를테면 정치적으로 오인 받을까 걱정하는 걸까. 자기검열이라는 게 제일 무서운 건데, 그걸 하고 있는 시대인 거다. 이 ‘자기검열’이 ‘Sixth Sense’를 하는 과정에서의 키워드였던 것 같다. 다만 이건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고 브아걸 멤버들은 타오르는 의지와 정신이 있었을 뿐이다. 누굴 가르치거나 설득하려는 지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그것 자체는 분명 전달될 수 있다는 어떤 믿음이 있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생각했고. 어떤 변화? 황수아 감독: 프로듀서의 의도이고 나도 동의한 것인데 큰 아이덴티티의 변화인 것 같다. 대중이 원하기 때문에 가져가야 하는 것들, 예를 들어서 좀 더 섹시할 수도 있고 좀 더 말랑거릴 수도 있는 것들을 충족시키면서도 다음 스텝을 밟아나가야 했다. ‘아브라카다브라’로 강한 걸 했고 그 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너무 컸다. 그래도 해내면 그 다음에는 훨씬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가 가장 큰 목적이었다. 가수가 하고 싶은 음악의 색깔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걸 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되려면 여기서 무언가를 싸워서 쟁취해내고 좀 다른 포지션을 갖다 놔야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뮤직비디오 자체도 그런 틀을 깨는 비주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그런 의도가 받아들여진 것 같나?황수아 감독: 모니터를 해봐도 뮤직비디오가 싫다, 좋다 식의 단편적인 반응이 아니라 말을 길게 쓰셨더라. 그게 좋았다. 비판적인 시각이든 동의하는 지점에서 하는 얘기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하려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변화로 보였다. 어떤 가수가 나왔을 때 보통 리플에 달리는 스타일, 의상, 헤어 같은 내용이 거의 없다는 건 고무적인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가수를 바라봐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고맙다. 이 퍼포먼스 하는 사람이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거지 스타일 자체에 호불호가 갈리는 게 아니니까 그게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지 소모하고 소비해버리는 콘텐츠가 아니라 같이 이야기할 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거니까. <H3>“예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게 나한테는 아름답지가 않다”</H3>“각 뮤직비디오마다 음악을 해석할 것이냐, 이미지를 포지셔닝할 것이냐를 매번 선택 한다”
자신의 의지를 많이 가져갈 수 있는 작업이라서 즐거운 동시에 한편으로 그만큼 책임이 생기니 부담스럽기도 할 것 같다. 황수아 감독: 나도 갈등은 한다. 누가 만들었다는 게 보여 지는 게 좋은 측면도 있지만 과연 그게 뮤직비디오 안에서 올바른 기능인 걸까 경계하게 된다. 다양한 팀의 다양한 곡을 소화해야 하는데 나로 인해서 그 음악이나 그 팀의 색깔에 한계가 지어진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버리지 못 하는 아주 중요한 것 하나가 있다면 그것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내가 대상에 맞춰 다양해져야 한다. 뮤직비디오는 결국 음악과 가수가 빛나야 하는 것이니까. 반면, 현실적인 제약도 있지 않나. 전 과정에 관여하는 게 아니라 뮤직비디오만 의뢰받는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런 점에서 인피니트의 뮤직비디오가 흥미로웠다. 전형적인 남자 아이돌의 뮤직비디오가 아니다. 황수아 감독: 다르긴 하다. 일단 남자 아이돌이고, 어차피 뮤직비디오가 해야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대신 매번 선택을 한다. 이게 음악을 해석하는 기능을 할 것이냐, 아니면 이 친구들의 이미지를 포지셔닝 하는 것에 더 공력을 기울일 것이냐 하는. 데뷔곡 ‘다시 돌아와’부터 작업을 했는데 그간 계속 변화를 주었다. 최근에 찍은 같은 경우는 이 친구들을 가장 아이돌스럽게 보이도록 만든 것이긴 하다. 가장 패션에 가까운 형태로 찍자고 생각했다. 반면 처음 ‘다시 돌아와’ 때는 인물들이 많이 보였으면 했다. 풋풋한 친구도 있고 둘이 몰려다니는 친구들도 있고 각자 캐릭터가 다르니까 그 소개에 신경을 썼고, 사랑 이야기 자체를 한정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를 등장시키지 않았는데, 그래도 아이돌이다 보니 팬덤을 고려해서 좀 귀여운 부분으로 사막여우를 등장시키긴 했다. 처음엔 좀 무게 잡고 있다가 뒤에는 풀어지는 형태로. 우리가 아이돌이지만 아직 어리고 너무 무게 잡고 있지는 않아, 라는 뉘앙스 만들었다. 이나 같은 경우는 유쾌하고 가볍게 가되 가장 라이브 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She's Back’이나 ‘Nothing's Over’는 노는 걸 직접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대상의 매력을 크게 가공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황수아 감독: 사실 멤버 중에 19살짜리도 있고 이십대 초반의 남자들인데 가장 풋풋하고 예쁜 느낌을 드러내고 싶었다. 젊음 자체가 풋풋한 건데 굳이 어떻게 세팅을 하고 원하는 모습,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게 나한테는 아름답지가 않다. 이미 많기도 하고. 너무 애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직 어른은 아닌 그 경계에 있는 젊음이 아름다운 거고 실제로 인피니트는 그런 게 있는 그룹이라 그걸 캐치해내려고 했던 게 두 작품이었다. 특히 ‘Nothing's Over’는 예산이 굉장히 적어서 다 재활용을 한 것이다. 어차피 말랑말랑한 부분이 있는 노래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한 번 작업해보자고 생각했다. 마트에서 박스를 가져다 직접 색칠해서 통로를 만들고 잡지에서 원하는 컬러 톤만 뜯어내서 콜라주를 만들었고, 커튼으로만 방을 만들고, 계속 그렇게 만든 공간이었다. 이 아이들이 하는 노래가 말랑말랑, 샤방샤방 한 것이지만 그것이 간지럽지 않았으면 했고 아무래도 풀어 놓으면 고유의 캐릭터가 나오니까 너무 만들어진 것보다 팬들도 다른 정보를 발견하고 다른 냄새를 느낄 수 있으니까 그런 재미를 준 거지.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뮤직비디오이기 때문에 ‘감각적이다’거나 ‘영화 같다’라는 애매모호하고 단편적인 평가를 받는 경우도 있다. 황수아 감독: 영화 같다는 표현은 ‘드라마틱하다, 스토리텔링이 있다’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은데 사실 그 얘기가 반복되는 게 좋지 않은 것 같다. 아, 이러한 뜻으로 얘기했구나 하고 좋게 받아들이는 면이 있는 반면 경계심도 생긴다. 최근 써니힐의 나 브아걸의 ‘Sixth Sense’를 하면서 나름대로의 방식을 파괴해 보기도 했다. ‘Sixth Sense’만 해도 퍼포먼스가 약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대치하고 있는 전경 앞에서 춤을 추는 부분이 앵글 사이즈로 봤을 때 좀 더 타이트하게 들어가서 봐야 그 춤의 포인트가 보이지만 이번에는 멀리 빠져 있다. 군무 퍼포먼스를 살리다 보니 전체 맥락이 흐트러지더라. 그 파트를 퍼포먼스 중심적으로 편집을 하니 전경이 단지 무대를 관람하는 오브제가 되어 버리니까 결국엔 쇼밖에 안 되고 괴리감이 생기는 거다. 편집에 있어서 어떤 것을 버리느냐에 갈등이 사실 되게 많았다. 뮤직비디오로서 이것이 맞는 것인가 틀린 것인가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음악이 갖고 있는 고유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는 감독이나 편집자나 할 수 있는 기술적인 측면을 오히려 좀 버려줘야 메시지에 더 근접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던 게 ‘Sixth Sense’다. 나도 계속 과도기에 있고 변화를 겪고 있다. <H3>“영화도 뮤직비디오도 계속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H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