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발견된 '마도 3호선'의 잔존 상태. 길이가 12m, 너비가 8m, 깊이가 2.5m인 이 '마도 3호선'은 지금까지 수중 발굴된 고려 선박 가운데 그 형태가 가장 잘 남아 있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배 한 척이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2009년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발견돼 최근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인 '마도 3호선' 얘기다. 5개월 동안 이어진 '마도 3호선' 발굴 조사 결과 고려 시대 군대인 삼별초 가운데 좌별초와 우별초가 각각 세 무리로 나뉘어 있었다는 사실과 각 별초의 지휘관을 하급 무반이 아닌 장군격인 정4품이 맡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사료이면서 기존에 알려진 삼별초 이야기를 뒤집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는 지난 5월 초부터 시작된 '마도 3호선' 발굴 조사 결과 고려 삼별초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목간 32점과 곡물류, 장기돌, 사슴뿔 등 유물 287점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1260~1268년에 난파된 배로 추정되는 '마도 3호선'에서 인양된 이들 유물 가운데엔 고려 삼별초의 운영 실태를 자세히 알려주는 새로운 사료가 포함돼 있고, 그동안 막연하게 추론할 수밖에 없었던 고려 시대 먹거리 등에 관한 유물이 있어서 그 역사적 의미가 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도 3호선'에서 발굴된 유물들. '우삼번별초도령시랑(右三番別抄都領侍郞)'이라고 적힌 목간(왼쪽)과 사슴뿔(오른쪽). 이 목간은 삼별초 각 별초의 지휘관을 하급 무반이 아닌 장군격인 정4품이 맡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사진=문화재청 제공.<br />
'마도 3호선'의 유물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우삼번별초도령시랑(右三番別抄都領侍郞)'이라는 글씨가 적힌 목간이다. 여기서 '시랑'은 정4품을 뜻하는 말로, 우별초 세 번째 무리의 지휘관이 정4품이었다는 내용이다. 이 목간은 삼별초의 지휘관인 별초도령을 7~8품의 하급 무반이 맡았다고 알려진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을 이와 관련해 별초도령이 장군과 같은 정4품이었다는 사실은 삼별초와 정권 사이의 밀착 정도가 매우 높았고, 삼별초에 대한 사회적ㆍ경제적 대우 역시 높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외에 좌별초와 우별초가 각각 1,2,3번의 세 무리로 나눠져 있었다는 것을 밝혀준 목간과 고려시대 무인집권기 최고 권력자로 꼽히는 김준(金俊)의 존재를 드러내준 목간, 말린 홍합과 전복 젓갈 등과 같은 화물 등이 '마도 3호선'의 또 다른 주요 유물이다. 특히 화물 수취인을 써놓은 목간 중에 최씨 무인정권을 무너뜨린 김준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 흥미롭다. 홍합 젓갈 등이 담긴 항아리를 김준 집에 보낸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목간에선 김준을 '김영공(金令公)'이라 적은 것을 볼 수 있다. '영공'은 왕들에게만 붙이던 극존칭으로, 이 목간은 고려시대 무인집권기 최고 권력자로 알려진 김준의 존재와 그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마도 3호선'에 실린 주요 화물로는 전복 젓갈, 말린 홍합, 육포와 어포, 볍씨, 약재로 쓰인 홍합 털과 사슴뿔 등이 있는데, 이들 먹거리를 담은 항아리나 관련 목간들은 앞으로 고려시대 사람들의 먹거리를 포함한 생활상을 복원하는 기본 자료가 될 전망이다. 성낙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소장은 "마도 3호선은 고려의 군대, 지방 지배 등을 포함한 정치ㆍ군사ㆍ경제적 실상은 물론 먹거리, 놀이 문화 등을 밝힐 수 있는 여러 사료를 담고 있다"며 "지금까지 수중 발굴된 고려 선박 가운데 그 형태가 가장 잘 남아 있는 것인 만큼 마도 3호선 발굴 유물들이 고려 시대 역사를 연구하는 좋은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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