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하오 차이나] 中 왕서방, 쇼핑은 백화점 잠은 모텔서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오늘 중국인 5~6명 받았어요. 그나마 일본인 관광객이 취소하는 바람에 여유 객실이 남아서 받을 수 있었지 10월 말까지 만실이에요. 굳이 국경절 맞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데 애쓰지 않습니다."(서울 중구 A호텔)"중국 관광객들이 백화점·면세점에서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쓰고 가시지만 호텔 쪽에서는 글쎄요. 중국 여행사 측에서 예약 문의를 할 때 '얼마까지 객실 투숙료를 깎아줄 수 있냐'고 묻는 경우도 있어 곤란할 때도 있어요."(서울 강북 B호텔)중국 국경절(10월1일~7일)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에 있는 숙박시설로 밀리고 있다. 이들은 주로 서울 시내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호화쇼핑을 즐기지만 밤이 되면 외곽으로 빠져나가 중저가 호텔로 돌아간다.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태그호이어 시계 매대 앞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그러나 이들은 밤이 되면 명동을 빠져나가 서울 외곽 중저가호텔로 돌아간다.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특1급 호텔인 롯데호텔 앞은 연신 중국인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들락거렸다.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이 한 자리에 몰려있어 쇼핑·문화·외식·숙박을 해결할 수 있는 이 호텔 로비는 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그러나 정작 10월 국경절을 맞아 중국인 투숙객은 3% 미만이다.롯데호텔 관계자는 "쇼핑하려는 중국 관광객들로 백화점, 면세점만 미어터질 뿐 호텔 고객은 아니다"라며 "10월은 통상 호텔 성수기인데다가 이미 투숙률이 100%에 달했기 때문에 '중국 국경절 특수'를 호텔 쪽에서 체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신라호텔, 조선호텔 등을 비롯한 다른 국내 특1급 호텔도 중국 관광객 투숙률이 저조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들 특급호텔에서의 중국인 투숙비율은 5% 내외에 불과하며 그나마 관광호텔도 '운 좋은' 10~20%만이 투숙하고 있다. 서울 명동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로얄호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거리지만 이번 국경절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은 5% 남짓이다. 현재 객실 총 306개 중 1~2개를 빼고는 예약이 꽉 찼다. 전부 한 달 전부터 신청했던 방이다. 로얄호텔 관계자는 "명동은 물론이고 서울 시내에서 중국인 7만 명 숙박을 해결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서울 호텔 객실 수가 총 2만4000개이며 그나마도 예약이 평균 80~90%이상 이뤄진 상황이다. 이들이 다 어디로 가겠나? 외곽으로 빠지던가 중저가 호텔·게스트하우스 등으로 흩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서울 외곽 호텔이나 중저가 관광호텔도 빈 방이 없다. 서울 노보텔 앰베서더 독산은 이번 달 객실 예약률이 100%이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소수에 불과하다. 명동에 위치한 중저가호텔 SKY PARK도 80%이상이 한 달 전부터 예약한 개별 일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으며 20%가 중국 외 동남아 관광객들이다.중국 관광객이 몰려오지만 이들이 묵을 숙소가 변변치 못한 것에 대해 한 호텔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국인 관광객들은 단체관광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이용하는 패키지 상품들은 대개 숙박비를 낮춰 비용을 절감한 상품들"이라며 "중국 고객들은 한국에 와서 '돈을 더 줄 테니 특급호텔에서 묵게 해 달라'고 하지만 이미 선택한 여행상품이 숙박료가 저렴한 것들이라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심지어는 모텔까지도 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한편 지난달 29일 서울시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10명 중 2명(18.5%)은 모텔이나 여관을 이용했으며 호텔 이용률은 65.4%에 불과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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