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베어마켓(약세장) 진입 문턱에서 뉴욕증시가 3분기 마지막 주간을 맞이하게 됐다. 침체와 디폴트(채무 불이행) 이슈로 투자심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기술적 요인까지 더해져 시장은 더욱 혼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시간의 문제일 뿐 베어마켓 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다수의 글로벌 증시가 베어마켓에 진입한 상황이다.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잇달아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 공조에 대한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확실한 해결책 마련을 위한 길은 아직 멀어보인다.지난주 다우 지수는 6.41% 하락해 18.15% 하락해 2008년 10월 첫째주 이후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우 주봉은 하락장악형의 형태를 보였다. 나스닥과 S&P500 지수도 각각 5.30%, 6.54% 급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한주 동안 9.2% 폭락하며 배럴당 80달러선을 무너뜨렸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1.67%까지 하락했다.
◆ 주요 증시 이미 약세장 진입=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CNBC는 글로벌 주식시장이 베어마켓에 진입했다며 미국도 다음 타자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통상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기술적 의미에서 베어마켓에 진입한 것으로 간주된다. 24개 선진국 증시를 반영한 MSCI 월드 지수는 지난 5월 기록한 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했다. 이미 인도, 중국, 포르투갈, 호주, 일본, 대만 증시가 베어마켓에 진입해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증시의 경우 30% 이상 하락해 있다. 다우 지수는 현재 종가 기준 전고점이었던 지난 4월29일의 1만2810.54에서 17% 가량 하락해 있다. 유로존 부채 위기에 침체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주가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투자전략가인 바톤 빅스 트랙시스 파트너스 대표는 4분기 말까지는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고 헤지펀드 대부 조지 소로스는 미국 경제가 이미 더블딥(이중 침체)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소로스는 또 2008년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고 지적했다.블랙록의 로버트 돌 부회장은 아직은 침체가 아닌 것으로 보지만 유럽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침체 진입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 獨 EFSF 확대 표결·그리스 파산 여부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WB·MF 연차 총회 등의 이벤트가 끝남에 따라 시장의 시선은 다시 부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럽의 행보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말 유럽중앙은행(ECB)이 1년짜리 대출 프로그램을 재도입할 수 있다는 소식과 2013년 중반에 예정됐던 유럽안정메커니즘(ESM) 도입을 내년 초로 1년 이상 앞당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럽과 뉴욕 증시는 하락세를 일단 멈췄다. 하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독일이 29일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기여분 확대 표결을 실시하는 등 EFSF 확대를 위한 유로존 각국의 비준 노력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EFSF 확대를 위해서는 17개 유로존 회원국이 모두 비준해야 하는데 일부 국가에서 비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스토니아 의회는 EFSF 확대를 위한 예산법 수정을 거부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 총리는 모든 회원국이 EFSF 확대에 동의하는 것을 우선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슬로베니아에서는 내각이 의회 신임을 얻지 못함에 따라 EFSF 확대 법안 처리 시기가 불투명하다. 또한 안토니오 보르게스 IMF 유럽 담당 이사는 EFSF 기금의 대규모 증가가 유로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이미 그리스 디폴트를 기정사실화하고 질서있는 파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마켓워치는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의회에 그리스 채권 보유자들이 50%의 헤어컷(원금 손실)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7월21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합의했던 21%보다 훨씬 더 민간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손실이 큰 것으로 그리스 디폴트 이슈는 여전히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불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27일 베를린에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날 예정이며 IMF와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 소위 트로이카는 그리스 구제금융 차기 집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실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한편 유럽과 별도로 미 의회가 지난주 9월30일 이후 연방정부 운용을 위한 임시 예산안을 부결시켰다는 점도 이번주 증시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어닝시즌 불안감 확산= 이번주에는 8월 신규주택판매(26일) 7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9월 소비자신뢰지수(이상 27일) 8월 내구재 주문(28일)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2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 7월 미결주택판매(이상 29일) 8월 개인소득과 개인소비, 9월 시카고 구매관리지수(PMI), 9월 미시간대학교 소비심리지수 확정치(이상 30일) 등이 공개된다. 주택 판매는 부진하고 주택가격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컨퍼런스 보드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는 다소나마 반등이 기대되며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소폭 상향조정될 것으로 월가는 기대하고 있다.3분기 어닝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월가가 최근 경기 둔화를 반영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불안요인이다. 톰슨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월가의 S&P500 기업의 3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7월 초 17%에서 13.7%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많은 투자전략가들은 여전히 이익 전망치가 너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금융주에 대한 이익 전망치를 크게 하향조정하고 있다. 지난주 세계 2위 물류업체 페덱스가 회계연도 이익 전망치를 하향조정해 시장에 부담을 줬다. 이번주에는 패밀리달러 스토어(28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29일) 등이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라자드 캐피탈 마켓츠의 아트 호간 투자전략가는 이번주가 분기 말이라는 점도 또 다른 증시 변동성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몇 주간 시장의 주요 움직임은 청산이었다며 분기 말과 관련해 더 많은 청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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