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주말까지 닷새 동안 미국에서 국제 경제위기의 향방을 가늠하게 해줄 일련의 회의가 열린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이례적으로 2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22일에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 23~25일에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연례총회가 열린다. 모두 예정된 회의이지만 긴박한 세계경제 상황으로 인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유럽 재정위기의 불을 끄고 세계 경제의 침체를 막는 데 효과적인 대책이 수립되고 국가 간 정책공조가 실현될까. 일련의 회의를 앞두고 외신으로 전해진 몇 가지 소식은 섣부른 낙관을 삼가게 한다. 무엇보다 위기대응에 관한 국제적 논의 자체가 국가 간 힘겨루기와 경제패권 경쟁의 성격을 점점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우려된다. 특히 미국은 최근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에 지원을 타진하는 유럽 일각의 흐름을 견제하는 태도를 보이더니 어제는 뜬금없이 근일 중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유럽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유럽 경제의 중심국가인 독일과 프랑스가 위기대응 재원 마련에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 합의하여 제시한 금융거래세 도입안에 대해 미국과 영국이 진지한 논의도 없이 일축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각각 월스트리트와 더 시티에 터를 잡고 있는 자국 금융산업의 이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어제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이 취했던 효과적인 대처방안'을 유럽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재정위기에 빠진 정부나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대폭 확대하라고 압박하는 발언이다. 이런 요구의 배경에는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려 상대적으로 달러화 가치를 유지하려는 미국 재무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굳이 IMF 연례총회를 코앞에 두고 어제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의 강등을 발표한 것도 그 의도를 의심케 할 만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위기대응 논의뿐 아니라 이면의 경제패권 경쟁에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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