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안개가 걷히면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뻔한 악재에도 이미 '자라보고 놀란 가슴'은 크게 반응했다. 출렁이는 장세 속 변곡점이 될 만한 대내외 이벤트가 눈앞에 대기 중인 상황인데다 다음 주 초 추석 연휴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손을 더욱 망설이게 하고 있다.전날 코스피는 '차화정'과 IT 대형주의 하락을 앞세워 4% 이상 급락하며 1800선을 다시 내줬다. 주말 발표된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세계 증시를 끌어내렸다. 국내 증시의 낙폭은 이들 가운데서도 두드러졌다.선진국 경제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국내 경제 역시 대외 악재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달 중순 이후 유럽 국가들의 채권 만기 도래분 감소, 미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 추석연휴 이후 국내 물가 안정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으나 당장 눈앞은 아직 어지러운 게 현실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노동절을 맞아 휴장했고 영국(-3.57%), 프랑스(-4.73%), 독일(-5.27%) 등 유럽 주요증시는 은행주를 중심으로 급락세를 나타냈다.전문가들은 당분간 경기나 기업 실적 모멘텀 등과 관련한 재료들이 저조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투자자들이 쉽게 베팅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최근의 움직임에서 나타나듯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에 다다르면 조정을 보이고 하단부에서는 낙폭 과대 인식에 따라 단기 매수세가 들어오는 '밴드 플레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증시에 대응할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며 "경기침체, 유럽 재정위기, 선진국 금융권 문제 부각 등이 당분간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 발표가 남아 있다는 점은 다소 위안이 될 수 있겠으나,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증시에 접근하는 전략 보다는 정책 발표 이후 파급 효과를 확인한 후 대응하는 전략이 더욱 유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박승진 상성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단기적으로는 유럽의 금융 불안이 상단을 제한하고 미국에 대한 기대와 밸류에이션 매력이 지지선을 구축하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조정 국면에서 봤던 것처럼, 지수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연기금·투신·개인 등 국내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분위기 반전은 미국 '오바마 연설'과 중국 물가 발표 이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문제가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일단 는 미국과 중국에서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미국의 경우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의 부진이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9일에 물가가 발표되는데, 향후 정책 방향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내놓는 정책들을 확인한 이후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중국이지만, 긴축 완화나 내수부양에 나서기 전에 물가 안정이 필수 조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김유리 기자 yr6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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