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경석기자
[최종병기 활]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활'의 역동성을 살리며 액션 장르의 리듬과 템포를 잘 살려냈다는 점이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괴물 크리처와 물 CG를 구현해낸 [7광구]의 기술력은 높게 살 만하다.
영화와 사회적·역사적 맥락의 접점도 흥행에 중요한 요소다. <7광구>는 산유국에 대한 열망을 토대로 시작한 영화지만 정작 내러티브의 한 영역을 차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7광구’에 담긴 정치적 맥락은 지워졌고, 희미해져버린 대중의 욕망은 끝내 영화와 접촉하지 못했다. 생소하고 매력 없는 판타지로 그친 것이다. 석유를 파낼 수 있다는 희망도, 인간의 과욕이 괴물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건드리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최종병기 활>이 병자호란의 치욕적인 역사를 끌어들인 점은 영리했다. <아저씨>처럼 잠재적 불안감을 영웅담으로 풀어낸 <최종병기 활>은 역사적 피해의식을 복수극으로 해소하며 장르의 쾌락을 끌어올렸다. ‘활’이라는 소재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과 호감을 스나이퍼 장르와 접목시킨 점 역시 흥행에 한 몫을 담당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이 드라마에 얼마나 스며들었느냐가 흥행을 좌우한 셈이다. <H3><7광구>와 <최종병기 활>, 가능성과 한계</H3><7광구>와 <최종병기 활>은 흥행과 무관하게 한국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작품들이기도 하다. 특정 작품의 뼈대에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독창성의 결핍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두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에일리언>과 <아포칼립토>가 번번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한국 블록버스터의 한계는 뚜렷이 드러난다. 그러나 선발대로서 <7광구>가 제시한 가능성을 재평가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이 영화는 <해운대>를 거치며 쌓은 저비용 고효율의 CG 기술력이 점점 향상되고 있음을 증명했고, 시행착오를 통해 걸음마 단계인 3D 기술력이 나가야 할 길을 시사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도였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3D가 산업적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면서 “한편으로는 물 CG나 괴물 크리처를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쌓았다는 점에서 기술적 성취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흥행 성패의 요인을 분석하는 것 외에도 <7광구>와 <최종병기 활>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의미는 의외로 많다.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