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 “‘불후의 명곡 2’는 보컬들의 자존심 대결”

<div class="blockquote">인터뷰 전 진행된 사진촬영에서, 지오가 처음부터 포즈를 능숙하게 취했던 건 아니었다. 지켜봐주는 엠블랙 멤버들이 없는 상황이 어색한 듯 몸을 움츠리던 그는, 시간이 흐르자 고개 드는 각도를 조금씩 바꾸고 눈빛의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이윽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포즈를 찾아냈다. 지오가 단지 엠블랙의 메인보컬이 아닌, 가수로서의 자의식을 갖추기까지의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을 만큼 힘겨웠던 타이키즈 시절의 실패를 딛고 엠블랙이 됐고, “제대로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계속 그리던” 중 KBS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 2: 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 2’)를 만나 비로소 “가수로서의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정확하게 자신의 좌표를 찾아내고 마는 스물다섯 청년, 그래서 웃음기를 쫙 빼도 충분히 흥미로웠던 지오와의 인터뷰를 옮긴다.
다음 주 월요일(29일)에 ‘불후의 명곡 2’ 마지막 녹화가 있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지오 : 아쉽지만 해외활동 때문에 하차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남진 선생님의 곡을 부를 예정인데, 음역대가 정말 낮다. 중후한 저음으로 표현하신 곡이라 나한테는 너무 낮아서 편곡할 때 높여봤더니 곡의 느낌이 죽었다. 이게 괜히 저음역대 곡이 아니라 그 가사,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역대였던 거다. 그래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음을 높이긴 했는데, 나한테는 저음이다. 그 동안에는 기교를 좀 섞었다면, 이번만큼은 내 목소리를 더 깊게 연구한 후 표현하고 싶어서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 <H3>“제대로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계속 그려왔다”</H3>
처음에 ‘불후의 명곡 2’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 그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나.지오 : 그 때가 <모나리자> 앨범을 발표하기 전이었는데 ‘불후의 명곡 2’로 인해 이슈가 되면 앨범이 나왔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대로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계속 그려왔는데 마침 ‘불후의 명곡 2’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기분이 엄청 좋았다. 잘 해야만 좋은 영향을 받는 거지, 못하면 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 걱정도 컸다. 그래서 준비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부를 때 “가사내용이 너무 좋아서 표현이 조금 수월할 것 같다”고 말하거나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애니메이션 주제가처럼 부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어떻게 노래를 살릴지 잘 잡아낸다는 인상을 받았다.지오 : 개인적인 견해로 판단했을 때, 원곡에서 정말 좋은 부분은 살리고 아쉬운 부분은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꾼다. 그 과정에서 편곡자분과 의견차가 많이 생겨서 다투기도 한다. (웃음) ‘불후의 명곡 2’에 한 번 출연하면 정말 많은 걸 배운다. 편곡, 곡을 해석하는 과정, 무대에서 그 곡을 표현했을 때 판정단이 평가해주는 것에 따라 드는 생각들... 그때 배우는 것들을, 매주 거듭하면서 하나씩 써먹는다. 편곡부터 무대까지 곡 하나에 일주일이 걸리는데 편곡이 월요일에 시작돼서 수요일에 완성된다면, 그 동안은 원곡에 대한 공부를 하고 편곡된 버전이 나오면 또 거기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불렀던 노래 중 그런 과정이 가장 잘 반영된 곡은 뭐였나. 지오 : 처음으로 1위를 한 김수희 선생님의 ‘못 잊겠어요’다. 정적인 발라드도 해봤고, ‘사랑은 이제 그만’처럼 약간의 퍼포먼스를 첨가한 곡도 해보다 간미연씨와 함께 한 ‘킬러’ 때 퍼포먼스에 주를 뒀는데 표현을 잘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단 잘 하는 거 먼저 하자’는 교훈을 얻어서 ‘못 잊겠어요’를 준비할 때는 악기 세션도 많이 넣지 않았다. 처음에는 브라스도 있어서 편곡자분에게 “오로지 목소리로만 표현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뺐다. 내가 잘 하고 자연스러워야 관객들도 똑같이 느낀다는 걸 배웠다. 욕심을 부리면 관객들도 ‘쟤 지금 욕심 부린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자유곡 미션에서도 발라드를 선택했다. 아직도 내가 노래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 하는 걸 많이 보여줘야 하니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내가 더 원하는 걸 많이 해보고 싶다. ‘못 잊겠어요’도 그랬지만, 확실히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불렀던 ‘’이나 SBS <도전 1000곡>에서 불렀던 ’ 같은 발라드에서 보컬이 돋보인다. 엠블랙으로 활동할 때 노래를 좀 더 들려주고 싶을 것 같다. 지오 : ‘Oh Yeah’나 ‘Y’ 때는 노래를 한 것 같지가 않아서, 무대에서 내려오면 항상 아쉬웠다. 그래도 ‘모나리자’는 음역대나 멜로디 라인 자체에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좀 있다. 노래를 하면서 지를 수도 있고. 물론 지르는 게 전부는 아니지만, 감정을 섞어서 부를 수가 있으니까. ‘불후의 명곡 2’와 엠블랙 활동을 병행하면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다. (웃음) <H3>“‘불후의 명곡 2’에서 왜 이기려고만 했을까”</H3>
무대에 대한 조언을 가장 자주 해주는 멤버는 누군가.지오 : 사실 조언을 해준다기보다... 미르 군이 거짓말을 잘 못한다. 방송을 같이 보고 “어때?” 이러면 “어, 좋은데요?” 이럴 때가 있고 “괜찮아요. 나쁘진 않아요”라고 할 때가 있다. 후자일 때는 ‘아, 내가 못 했구나’라고 생각한다. 막내 미르도 느끼는 걸 스스로를 포장하고 감싸느라 (못했다는 걸) 몰랐구나, 하는 반성도 하고. ‘불후의 명곡 2’는 무대 위에서의 긴장감이나 다른 출연자들을 볼 때의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지오 : 여기서는 1위하기가 정말 어렵다. 순서의 영향이 좀 있는데, 마지막과 그 앞 무대의 시간차가 있기 때문에 관객들이 앞 무대를 잊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1번이나 2번이 1등을 한 경우가 없었다. 곡을 받는 건 제비뽑기지 내가 잘 하는 것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곡도 잘 받고 편곡도 잘 나왔고 연습도 잘된 날은 ‘아, 오늘 진짜 1위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지만 모든 게 잘 맞물리지 않았을 때는 ‘오늘은 노래만 잘 하자. 지든 이기든 실수만 하지 말자’ 이런 마음이다. 각 팀을 대표하는 메인보컬들, 혹은 솔로라면 자기 자신을 대표해서 나온 거니까 선의의 경쟁이기도 하면서 자존심 대결인 거다. 지면 그 팀 전체에게 진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교차한다. (웃음)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예능감도 필요한데, 그 점을 의식하기도 하나. 지오 : 처음에는 예능이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선생님들의 곡을 재해석하는 것이니까 절대 장난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억압을 스스로 만든 거다. 그래서 인터뷰를 봐도 너무 맞는 말만 하고, 즐겁게 이야기해야 할 때도 가만히 있으니까 모니터를 하면서도 답답했다. 아, 내가 왜 저랬을까. (웃음) 언제부터 그런 부담감을 떨치기 시작한 건가.지오 : 즐기자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씩 변하게 됐는데, 그러던 중에 재범 씨가 들어왔다. 재범 씨 마인드는 굉장히 열려있다. 상대방한테 조금이라도 칭찬할 부분이 있으면 바로 치켜세워주고, 본인이 잘 하는 게 있으면 당당하게 드러낸다. 자신의 무대에 대해 긴장할 뿐이지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그걸 보면서 ‘불후의 명곡 2’가 얼마나 가능성이 있고 재능이 많은지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인데, ‘왜 이기려고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토크 할 때 장난도 친다. 친구들과 같이 하는 콘서트라는 생각을 가지고 편하게 대화하고 공연한다. 콘서트에서 직접 작사, 작곡 한 ‘내 꿈에서라도’를 불렀다. 어떻게 발표하게 된 건가. 지오 : 정규 1집 < BLAQ Style >이 나오기 전 두 달 정도 걸려서 만든 곡이다. 작곡가 분들이 엠블랙은 강한 느낌의 노래만 부를 거라고 생각하신 건지, 곡을 많이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내가 한 번 써봐야겠다’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아무것도 몰라서 어깨 너머로 배운 것들, 항상 생각해왔던 멜로디들을 총동원해서 만들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녹음기로 녹음한 걸 멤버들한테 들려줬더니 굉장히 좋아했다. 진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케이스랄까. (웃음) 거기에 편곡자분들이 악기를 좀 더 입혀 주시면서 완성이 됐는데, 엠블랙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발라드곡이었다. 처음에는 다섯 명이 다 녹음을 했다가 잘 어울리지 않아서 다시 혼자 녹음했다. 공연에서는 무대에서 들을 수 없었던 노래여서인지 팬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다. (웃음) <H3>“점점 가수로서의 욕심을 내고 있다”</H3>
하지만 팬들은 상의탈의를 기대했는데, 민소매 티셔츠를 꼭꼭 껴입고 나왔다고 속상해하더라. (웃음) 지오 : 아... 팬들은 내 몸이 정말 좋은 줄 아시는데, 사실 좋지 못하다. 그래서 (이)준이처럼 (티셔츠를 살짝 들어 올리며) 이렇게 막 할 수가 없다. 배나 가슴 쪽에 털도 많다. 물론 팬들은 좋아하시지만 콘서트엔 팬들만 오시는 게 아니니까 혐오스러울 수도 있고... (웃음) 만약 진짜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이 좋아지면 나도 보여주고 싶을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만들어가는 단계니까. (웃음) ‘불후의 명곡 2’의 무대에서 꼭 한 번 불러보고 싶은 선배 가수의 노래가 있나. 지오 : 편청이 심해서 중학교 때 듣던 노래를 아직까지 듣고 있는데, 그게 유영진 선배님의 ‘지애’라는 노래다. 언제 한 번 부르고 싶어서 계속 연습은 하는데, 참 소화하기 힘들다 (웃음) 언젠가 유영진 선배님께 곡을 받아보고 싶다. 곡 받은 것 때문에 행복하고, 녹음하면서 배울 수 있으니까 또 행복하고. 옆에서 듣기만 해도 노래가 는다는 얘기가 있다. 벌써 마흔이 넘으셨는데, 아직까지도 목소리가 정말 잘 나오신다고 하더라. 그것만으로도 노래하는 데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다. 21살에 가수를 시작해서 이제 5년차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며 배운 게 있다면.지오 : ‘불후의 명곡 2’에 나오는 가수들은 사실 그냥 ‘가수’다. 예전에는 아이돌은 어리다는 인식이 있었고, 실제로 십대 중후반인 아이들도 데뷔를 하니까 좀 멋있게 비춰지려는 욕심이 많았지, 음악을 즐기거나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못 보여드린 것 같다. 노래를 잘 하고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면 아이돌이든 아니든 많은 분들이 인정해 주실 텐데, 쓸데없는 욕심을 부린 거다. 이제는 노래를 받을 때도 여러 가지 생각들을 많이 하면서 점점 가수로서의 욕심을 내고 있다. (웃음) 스케줄을 가다보면 정신없이 차에서 자니까 다음 게 뭔지 모를 때도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다음, 그 다음 스케줄까지 다 챙기고 매니저 형이 혹시 잊으셨을까봐 준비물 같은 것도 “이거 필요한데 챙기셨어요?”하고 체크해서 알려드린다. 많이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다. 가수가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서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는 언제인가.지오 : 솔직히 이제야 성인이 된 기분이다. 그 동안은 계속, 나는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학교를 다니다가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을 갔으니까, 학창시절이 길지 않아서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하면서 산 거다. 항상 어리니까 실수를 해도 사람들이 다 받아줄 것 같고, 이해해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최근에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갖게 됐다. 앞으로는 어떻게 활동할 계획인가. 지오 : 브라질이랑 페루, 중국, 일본 활동까지, 9월은 거의 해외에서만 보낼 것 같다. ‘불후의 명곡 2’ 하차는 너무 아쉬워서 권재영 PD님께도 말씀드렸다. 해외 활동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테니까 받아주실 수 있으시냐고. 그러니까 “니가 오면 얼마든지 다시 받아 주겠다”고 하셨다. (웃음) 그분들께서 나를 키워주셨고, 나도 많은 도움을 받은 프로그램이라 잊지 못할 것 같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10 아시아 사진. 채기원 ten@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매거진팀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사진팀 사진. 채기원 ten@매거진팀 편집. 이지혜 seve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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