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최선의 안이라고 생각한 노사 합의안을 노조가 거부한 것을 어쩌겠습니까. 다시 성실히 임할 수밖에요. 업무가 재개되는 다음 주부터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임협안이 부결된 후 휴가기간 중 가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의외로 담담했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 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오자 충격이 컸지만 휴가동안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 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측은 다소 흥분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너무한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일주일간의 휴가기간을 거치면서 이 같은 분위기도 다소 사그라들었다. 그렇다고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최대 성과급 지급을 약속하는 등 노력을 했던 터라 앞으로 어떤 방법을 써야할 지 막막하다는 속내도 비쳤다. 노조집행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집행부는 잠정합의안 도출까지 사측과 노조원들 사이에 낀 '샌드위치'신세였다. 최대 성과에 걸맞는 임협안을 끌어내라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노조 역시 조합원들의 반대 요구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타임오프 문제로 협상 결렬을 선언한 현대차 노사도 이번 휴가가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드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입장이다. 부결 직후 곧바로 임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했을 텐데 열기를 식히고 차분히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다. 1주일의 공식 휴가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다음 주부터 양사의 노사는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 노사 모두 아직까지 어떻게 협상을 재개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올해 현대ㆍ기아차 노사협상은 지난해보다 어렵게 진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협상을 바라보는 눈이 많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외부에서는 '무분규 파업'의 영예를 이어가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분규 없이 타결된다면 현대차는 3년, 기아차는 2년 연속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특히 현대ㆍ기아차가 전세계 시장에서 사상 유례 없는 고속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노사간 원만한 타결은 더욱 중요하다.이번 휴가가 양측이 이성을 찾는데 충분한 냉각기가 되기를 바란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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