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개구쟁이 스머프>, 2D 원작을 돌려다오

‘라라라 라라라 라라라라라~♪’ 파란 피부에 둥그런 코와 하얀 모자 그리고 네 개의 손가락. 인형처럼 작은 체구의 스머프는 유럽의 만화 캐릭터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존재일 것이다. 1958년 벨기에의 만화가 피에르 클리포트(페요)에 의해 탄생한 스머프가 53년 만에 영화로 환생했다. <스쿠비 두>와 <스튜어트 리틀> 같은 형식으로, 감독 라자 고스넬은 <스쿠비 두> 시리즈를 연출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국내에 공개된 <개구쟁이 스머프>는 스머프 마을에서 미국 뉴욕 한복판으로 공간 이동한다. 스머프를 잘 모르는 요즘 어린이들을 끌어들이려는 할리우드의 전략이다. 플롯 역시 스머프와 인간 캐릭터의 이야기가 뒤섞인다. 가가멜을 피해 뉴욕으로 떨어졌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스머프들의 고군분투 위에 성공을 향해 달리는 뉴요커 부부의 드라마가 토핑으로 얹힌다. 스머프 마을로 침입한 가가멜을 피해 파파스머프와 주책이, 똘똘이, 투덜이, 배짱이, 스머페트가 마법의 숲에 있는 소용돌이 폭포를 통해 미국 뉴욕으로 떨어지고, 주책이가 화장품 회사 마케팅 부팀장 패트릭과 임신 5개월째인 그레이스 부부의 집으로 흘러가면서 가가멜과 스머프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개구쟁이 스머프>는 여러 단계를 통해 원작을 변형시킨다. 2D 캐릭터가 3D의 모양새로 변하면서 1차 왜곡이 일어나고, 애니메이션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실사 촬영이 2차 왜곡을 시키며, 국내 팬들에게는 낯선 성우의 등장이 3차 왜곡을 시킨다. 그 사이 원작의 매력들이 대부분 날아간다. 스머프 마을에서 뉴욕으로 공간이 옮겨지면서 원작이 가진 공간의 중요성이 사라졌고, 소수 정예 캐릭터만 남겨놓느라 허영이, 덩치, 익살이 같은 다른 인기 캐릭터들이 빠지면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조합을 볼 수 없게 됐다.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도 이리저리 도망다니기 바빠서 원작만큼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스머프들을 통해 가족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뉴요커 부부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조합이라는 의미에서 필요한 요소이겠지만 스머프의 세계에서는 별 의미 없는 군더더기다. 다만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가가멜과 CG를 활용해 다양한 표정을 짓는 아즈라엘의 존재는 실사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고, 개그맨 박명수의 가가멜 목소리 연기는 꽤 설득력 있다. 영화판 <개구쟁이 스머프>는 동사와 형용사, 부사를 ‘스머프’로 대체하면서 새로운 스머프어(語)를 만들어낸다. 스머프어가 친숙해질 무렵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이런 말이 떠오를 것이다. 제발 스머프한 원작 스머프를 다시 스머프해다오!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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