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현장 르포]석유제품 수백억이 왔다 갔다..'1도와의 전쟁'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에 가다온도·압력 다스리는 보드맨 "세계최고 기술력" 자부심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제2중질유 분해시설 조정실에서 직원들이 생산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서울에 3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27일. 전날 밤새 비가 왔던 울산 아침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 제2 중질유분해시설 조정실내 생산 2팀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언제 폭우가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온도와 압력차를 이용해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기온의 급격한 변화를 발생시키는 폭우는 가장 위험한 변수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는 여름이면 더욱 긴장된다고 모니터를 바라보던 오세출 보드맨이 말했다.보드맨이란 온도와 압력 등을 제어해 제품을 생산하는 담당자를 뜻한다. 분해탑에 설치된 센서에서 분단위로 온도와 압력을 측정, 모니터에 표시되기 때문에 한눈을 팔 수 없다.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가운데에서도 초록색 붉은색 숫자들이 어지럽게 나타났다 사라졌다.그는 “벙커C유가 투입되고 촉매가 더해지고, 가열과 냉각을 거쳐 제품이 생산되는 모든 과정이 연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조정실 근무자들은 4조3교대로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쉬지않고 모니터를 지켜봐야 한다. 한번이라도 조작을 잘못해 분해탑내 온도를 1도만 바꿔도 수백억의 손실이 발생한다. 전자장비의 안정성을 위해 최적의 냉방시설을 갖춘 통제실이지만 긴장감이 가득했다.하루 7만5000t의 중질유를 분해, 휘발유 등 경유를 만드는 이 시설은 최근 가동률이 100%에 육박하고 있다. 고유가로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올라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직원들은 업무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자부심도 크다. 보드맨을 하기 위해서 일반 근무를 제외하고 2년 넘게 교육을 받아야한다. 아무나 앉을 수 없는 자리다.오세출 보드맨은 “울산공장이 세계에서 들여오는 중질유 종류가 50여가지가 넘는데 각각 특성에 따라 작업 조건을 변경해줘야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것이 SK가 세계 최고의 보드맨 노하우를 가질 수 있게 된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전력과 증기를 생산하는 동력공장 직원이 보일러를 점검하고 있다.

보드맨이 생산의 선봉장이라면 동력공장은 행정보급관이다. 동력공장은 날씨의 변화나 시설의 결함 등 이상현상 발생시 생산에 필요한 증기와 전력, 압축공기 등을 만들어 공장 곳곳에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울산공장의 심장'이라고 불리운다. 증기와 전력을 만드는 5층 건물 높이의 보일러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맞아줬다.박종상 2조 교대반장은 “모두 5대의 보일러에 터빈이 연결돼서 증기를 생산하는 동시에 전기를 만든다”며 “정전이 발생하면 필수적인 설비를 살릴 수 있는 안전핀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1분간 10mm의 폭우가 내리면 설비 온도가 1도가 낮아지고 증기 10t 추가 공급하고, 냉각수 온도를 0.5도 올린다'는 식의 긴급상황을 대비한 시나리오까지 만들었다.다행히 이날 우려했던 폭우는 쏟아지지 않았다. 오후 들어 구름사이로 햇볕이 찾아왔다. 안도의 순간도 잠시 3시 근무교대 시간에 맞춰 새 근무조가 출근했다. 새로운 8시간이 다시 시작됐다.하반기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에도 햇볕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석유제품은 동절기를 앞두고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도 공장 가동률이 93%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88%에 그쳤던 것에 비해 신장세다.박 반장은 “예측하기 어려운 석유시장이지만 지금은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올라 마진이 좋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맡은 역할에 충실하면 하반기에도 희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울산=오현길 기자 ohk041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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