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요리를 할까?'
[아시아경제 박지선 기자]<H3> 요리사 다빈치와 양희은</H3>
미술 평론가 이주헌과 설치 미술가 강익중. 두 사람은 홍익대학교 미대 동창이다. <50일간의 유럽 미술관 체험> <신화 그림으로 읽기> 등 미술을 글로 전달하고 전시 기획을 하는 이주헌은 예술의 2차 생산자다. 강익중은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유명세를 탄, 그야말로 예술 생산자다. 10여 년 전, 두 사람을 만났을 때 ‘미술을 벗어나 다른 직업’에 대해 얘기했다. 이주헌은 요리 평론가, 강익중은 요리사를 희망했다. 두 사람 사이의 흐르는 평행선이자 교차점은 예술과 요리였고 그 방식은 창작과 비평이다. 예술가적 기질이 흐르는 지인 대부분은 ‘한 음식’ 한다. 특히 손재주가 뛰어나 무엇인가 만드는 (옷이 됐든 예술 작품이 됐든) 이들은 음식의 고수들이다. 정구호 제일모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뉴욕 유학 시절 퓨전 레스토랑을 경영하기도 했다. 요리 전문 학교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꼬르동블루에서 공부한 이력도 있다. 국내 헤어 디자이너계 1세대인 그레이스 리 선생은 일흔 두 살에 요리사가 됐다. 요리 학원을 다닌 적도 없고, 요리 공부를 한 적도 없다. 그야말로 타고나 요리 DNA가 발현된 것이다. 이제 고인이 된 그분의 손맛을 못보는 것을 슬퍼하는 이들의 탄식이 들리는 것 같다. 아, 천재 중의 으뜸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요리사였다. 다빈치는 〈최후의 만찬〉 주제가 음식이 아니었으면 작품을 시작하지 않았을거라 했다.
‘내가 한 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얘기하는 가수 양희은. 그녀가 해 준 밥을 몇번 먹어 본 행운이 있다. 엄마표 집 밥 이상으로 맛있었다. 양희은 씨가 차려준 식탁에는 평범한 야채와 생선, 쌈장과 된장국이 올라있었다. 발음하기 어려운 그런 재료들은 없었다. 양희은 씨는 방송에서 전국 방방곡곡 다니며 그 집 부엌에 있는 재료로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재래식 부엌에서 계량기 없이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인다. 이런 경험을 모아 <시골밥상>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자연에서 만난 재료의 기특한 성질, 집집마다 내려오는 현명한 요리법이 빼곡히 담겨있다. 양희은 씨의 투박한 손 글씨로 꼼꼼하게 메모된 요리 팁 읽는 재미도 솔찮다. “요리는 창작이야. 같은 재료와 조리법으로 요리해도 결과는 달라. 응용하고 도전하는 거야. 그래서 요리 잘하는 여자가 머리도 좋은 법”이라는 양희은 씨 말대로라면 기자는 머리가 꽤 나쁜 편이다. 남자들은 무인도에 갈 때 꼭 가져가고 싶은 것(?)을 ‘요리 잘하는 예쁘고 똑똑한 여자’라 했던가.요리 전문 채널에서는 얘기한다. 패션이 지배하는 스타일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삶을 풍성하고 즐겁게 만드는 요리야말로 이 시대를 이끄는 스타일이라고. 스타일리시하고자 하는 당신이라면 내일 무얼 입을까 고민하는 것 보다 무얼 해먹을까 생각할 때가 된 것이다. 단, 냉장고에 있는 평범한 재료들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요즘 스타일이다. 박지선 기자 sun072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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