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해리포터>, 잊을 수 없는 8번의 순간들
<div class="blockquote">마법소년 해리 포터여 이젠 안녕. 작별의 시간을 맞아 전국 극장가는 여기저기서 <해리포터> 팬들의 눈물로 습도 상승 중이다. <해리포터>는 판타지영화계의 <전원일기>였다. 팬들은 해리와 함께 성장했다. 해리가 보낸 10년의 역사는 베스트셀러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성장’이라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고통스런 의식의 기억이기도 하다. 해리가 10살을 더 먹은 만큼 관객도 10살을 더 먹었다. 때론 짜릿하고 달콤하고 때론 무섭도록 쓰디쓴 성장통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을 향한 용기였다. 해리를 떠나보내기 아쉬운 것은 용기와 희망을 품고 성장의 고통을 이겨낸 당신 스스로가 대견하고 측은해서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성인들이 유년시절과 작별을 고했듯, 팬들은 성인이 된 해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작별의 인사를 건네기 전, 해리와의 잊을 수 없었던 8번의 순간들을 다시 기억한다.
지상 최대의 게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 2001관련대사: “두려워?”(올리버, 퀴디치 주장) “조금요”(해리)시리즈의 첫 번째 영화인 이 작품은 자아에 대한 첫 번째 인식을 그린다. 마법사의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른 채 이모부네 집 계단 아래 벽장에서 살아가던 해리는 11번째 생일을 맞아 해그리드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듣는다. “넌 마법사야!”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해리는 이렇게 꽃이 되었다. 꽃이 된 순간 죽음의 그림자도 함께 드리워졌다. 해그리드를 통해 볼드모트가 부모를 죽였고 자신도 죽이려 한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해리는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알게 되면서 피할 수 없는 운명 속으로 뛰어든다. 집안을 가득 채운 호그와트 입학 통지서, 해리와 해그리드의 첫 대면, 해리-론-헤르미온느의 첫 조우, 호그와트의 첫 마법 수업, 거대한 체스게임 등 기억할 만한 장면은 많지만 난생 처음 보는 퀴디치 경기 장면은 분명 소설책도 해내지 못한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만의 ‘작품’이었다. SF나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온갖 가상 게임 중에서 퀴디치만큼 첫 인상이 강렬한 것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hr/>50년 전 기억에서 온 악마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 2002관련대사: “볼드모트는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다”(톰 리들이 해리에게)해리 포터와 볼드모트 또는 해리 포터와 톰 리들.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해리와 볼드모트의 피할 수 없는 악연을 이야기한다. 해리는 자신도 모르게 뱀의 언어로 말한다. 볼드모트도 뱀의 언어를 할 줄 알았다. 해리는 볼드모트의 분신이자 공존할 수 없는 쌍둥이인 셈이다. 해리는 톰 리들의 50년 전 일기 속으로 들어가 흑백 이미지인 그의 과거를 본다. 의문의 습격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해리는 비밀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컬러 이미지의 톰 리들을 다시 만난다. 톰 리들은 “일기에 보관된 50년 전의 기억”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며 “볼드모트는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고 말한다. 해리 포터와 젊은 시절의 볼드모트가 만나는 이 장면은 이후 펼쳐질,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전쟁의 서막을 알린다. 거대한 뱀 바실리스크와의 싸움은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의 클라이맥스다. 해리가 톰 리들의 일기장을 바실리스크의 이빨로 파괴한 것은 이후 작품에서 중요한 복선이 된다. <hr/>‘익스펙토 패트로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감독 알폰소 쿠아론 | 2004 관련대사: “아버지는 꼭 올 거야”(해리가 헤르미온느에게 )‘익스펙토 패트로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가장 사랑받는 주문 중 하나로 패트로누스를 불러내는 마법이다. 디멘터를 해치우기 위해 사용된다. 이 주문을 쓰려면 행복한 순간을 기억해내야 한다. 해리에게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는 어린이에서 사춘기로 접어든 해리의 성장을 그린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아동용 판타지 어드벤처였던 1, 2편과 달리 사춘기의 해리가 겪는 갈등을 그린다. 그 중심에는 부모의 부재가 있다. 탈옥수 시리우스가 아버지의 친구이자 대부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해리는 디멘터의 공격을 받던 중 호수 너머에서 누군가 희미하게 자신을 구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아버지다. 헤르미온느와 함께 과거로 돌아간 해리는 위험에 처한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며 ‘익스펙토 패트로눔’을 외친다. 해리를 살린 건 아버지가 아니라 해리 자신이었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이르기까지 해리가 볼드모트를 이겨내고 성장하기 위해 믿고 의지할 사람이라곤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이 장면은 이야기하고 있다. <hr/>볼드모트의 환생
<해리포터와 불의 잔> | 감독 마이크 누웰 | 2005관련대사: “너의 전설은 모두 거짓이야”(볼드모트가 해리에게)<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3개의 이야기로 압축된다. 3개의 명문 마법학교 대표선수가 벌이는 3가지 경기인 트리위저드, 주인공 3인의 본격적인 사춘기를 예고하는 2차 성징 그리고 볼드모트의 환생이다. 퀴디치 경기가 식상해질 무렵 등장한 트리위저드는 판타지 장르의 스펙터클로 충실히 기능한다.(<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유명해지게 되는 로버트 패틴슨의 등장도 인상적이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엇박자의 로맨스로 고민하고, 해리는 초챙이 케드릭과 무도회에 가자 풀이 죽는다. 판타지 어드벤처와 청소년 로맨스를 오가던 <해리포터와 불의 잔>은 볼드모트의 등장으로 또 다시 고통스런 현실에 직면한다. 볼드모트는 피하고 싶어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어떤 것, 살아있는 한 떨쳐버릴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두려움의 대상인 볼드모트가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 건 4년 만이었다. 4부가 공개되기 전까지 우리는 볼드모트는 대체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했다. 레이프 파인스가 현신하기 전까지 볼드모트는 그저 책 속의 인물, 상상 속의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 볼드모트와의 첫 대면은 원치 않는 깨달음과도 같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말이다. <hr/>해리의 달콤 쌉쌀한 첫 키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 2007관련대사: “축축했어. 초가 울었거든”(해리 포터가 론과 헤르미온느에게)<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 이르면 팬들은 이미 해리와 함께 자라온 친구가 된다. 첫 키스의 기억이 강렬한 것은 그 때문이다. 사춘기 진행형인 해리는 여전히 연애에 서투르고 초챙과의 관계도 어색하다. 서투른 첫 키스는 그래서 더욱 강렬하다. 초챙과 키스는 해리에게 유년 시절과의 작별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퀴디치 게임을 하던 어린이 해리는 더 이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초챙은 해리에게 어렴풋한 짝사랑의 기억이다. <해리포터>를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눈다면 해리와 초챙의 키스신은 아마도 기준점이 될 확률이 높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는 기억할 만한 장면이 또 있다. 마법부 미스터리 부서 예언의 방에서 벌어지는 볼드모트 일당과 불사조 기사단의 마법 전쟁이다. 5편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이 장면에서 해리는 부모를 대신할 수 있었던 유일한 존재인 시리우스를 잃는다. 상처는 해리의 것만은 아니었다. 시리우스를 사랑하던 모든 팬들 역시 상실의 상처를 받았다. <hr/>덤블도어 교장은, 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 2009관련대사: “세베루스, 부탁하네”(덤블도어가 스네이프에게)덤블도어 교장의 죽음은 <해리포터> 시리즈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덤블도어는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속죄의 시간이 온 것이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 덤블도어는 나약한 모습을 처음으로 드러낸다. 덤블도어는 해리와 함께 동굴 속 호수로 가서 마법의 약을 마시며 괴로워한다. “모두 내 잘못이야.” 덤블도어가 여동생의 죽음으로 인해 오랜 기간 자책해왔다는 사실은 뒤늦게 밝혀진다. 덤블도어는 해리를 살리기 위해 묵묵히 죽음을 받아들인다. 마법의 약을 마시며, 죽음의 어둠 속으로 추락하며 덤블도어는 표정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덤블도어를 죽인 스네이프 역시 표정이 심상치 않다.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해리 포터, 볼드모트, 덤블도어, 스네이프 네 인물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귀띔해주기 때문이다. <hr/>선택받지 못한 자의 불안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 | 감독 데이비 드 예이츠 | 2010관련대사: “해리는 선택받았고, 넌 아무것도 아냐”(환영 속의 헤르미온느가 론에게)7개의 호크룩스 중 세 번째이자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서 처음 등장한 호크룩스인 로켓을 파괴하기 위해 론은 그리핀도르의 검을 잡는다. 볼드모트의 영혼은 론을 방해하기 위해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내세워 질투심을 유발시킨다. 가짜 해리는 “우린 네가 없는 게 더 좋아”라고 말하고, 가짜 헤르미온느는 “어떤 여자가 널 좋아하겠어, 넌 아무것도 아냐”라고 말한다. 그리고 충격적인 키스. 이 장면은 <해리포터> 시리즈가 더 이상 어린이를 위한 영화가 아님을 공언하는 장치다. 영화 속 세 명의 아이들도, 처음부터 시리즈를 지켜보던 관객도 이제 청소년을 넘어 어른이 됐다. 론의 콤플렉스와 열등감, 질투심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자극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론은 성인이 되기 직전의 아이들이 갖는 복합적인 감정 상태를 대변한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1>에는 이밖에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꽤 있다.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어색한 춤, 죽음의 성물에 관한 전설을 설명하는 애니메이션 등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로 가기 전 꼭 기억해야 하는 장면들이다.<hr/>안녕, 해리 포터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 |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 2011관련대사: “너의 이름은 호그와트 사상 가장 훌륭한 교장선생님들의 이름을 딴 거란다”<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2>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은 스토리 전개와 별개로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다. 10년에 이르는 시리즈의 마지막에 도달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게 된다거나 눈물을 흘리게 되더라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아이들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이제, 그들에게 지난 10년의 시간, 그리고 마법과 모험이 계속된 10대 시절에 안녕을 고할 때가 됐다. 안녕, 해리 포터.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데일리팀 글. 고경석 기자 kav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