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이미 세상을 떠난 그룹 창업자와의 대담, 생사를 뛰어넘는 가수들의 합동공연.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장면들이 최근 CF를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등장한 현대중공업의 CF와 가수 고 김광석, 아이유가 나온 SK텔레콤의 CF 이야기다.
현대중공업 '젊음이 젊음에게'편
현대중공업은 이달부터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입사지원자의 가상 대화를 담아낸 기업 CF ‘젊음이 젊음에게 길을 묻다’편을 방영하고 있다. “회장님. 저 취업준비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저 좀 뽑아주시면 안되요?”라는 한 여대생의 질문에 정 명예회장이 “평소의 성실한 생각을 갖고 사는 학생은 다 취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하는 내용이다. 정 명예회장의 영상은 과거 중앙대 특강 장면의 일부다. 현대중공업은 첫 TV 광고를 시작한 2008년부터 정 명예회장의 영상을 담은 CF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고 김광석과 아이유가 등장한 SK텔레콤 CF
SK텔레콤은 고인이 된 김광석과 아이유가 합동 공연을 개최하는 CF를 지난달 선보였다. 김광석의 공연 실황 영상과 동일한 환경의 장소를 만들어 아이유가 노래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김광석이 부른 멜로디에 아이유의 화음을 넘는 별도의 보이스작업까지 진행했다. SK텔레콤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현실로 이끌어내며 ‘현실을 넘어서는 서비스를 보이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올 초에는 대우증권 CF에 고 조오련이 등장했다. 아들인 조성모가 대한해협 횡단을 준비하는 과정을 CF에 담아내면서 고인이 된 조오련이 과거 훈련을 지도하는 영상을 일부 함께 사용한 것이다.세상을 떠난 유명인이 CF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명예회장은 2008년부터 여러차례 현대중공업, 현대그룹의 기업CF에 모습을 드러냈고, 코미디언 이주일씨도 흥국쌍용화재 광고에 한 차례 등장했다. 이에 앞서 KTF는 고 백남준씨, 하나금융그룹은 미국의 팝 아티스트인 앤디워홀을 모델로 선택한 바 있다.이른바 ‘고인 마케팅’으로도 불렸던 이 같은 CF는 과거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 국민들이 갖고 있는 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해당기업에 전달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인의 영상을 그대로 활용하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가상 대담, 가상 합동공연, 가상 훈련 등을 통해 현실과 과거를 적절하게 연결한다는 특징까지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창업주, 현대가(家) 정통성이라는 특성과 맞물리는 특수한 케이스로 꼽힌다.TBWA 관계자는 “CF에 등장하는 고인들은 모두 한 분야에서 획을 긋는 업적을 남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며 “(기업들이) 이 같은 이미지를 그대로 잇고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문화계 전반적인 복고풍 바람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며 “단지 고인을 등장시키기만 하는 광고는 이제 임팩트가 적다. 최근 가상 대화, 가상 콘서트 등도 이를 감안한 기획”이라고 해석했다.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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