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저축은행 경영정상화 방안이 발표된 지난 4일 여의도 금융위원회 브리핑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하반기 금융당국의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인 만큼 김석동 위원장이 연단에 섰다. 그런데 여느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날 김 위원장은 정상화 방안의 주요 내용을 읽어 내려간 뒤 곧바로 퇴장했다.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김주현 사무처장에 넘겼다.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누가 발표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변인실에서는 브리핑 직전까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연막을 친 터였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으로 자신이 한 말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시장 파급 효과가 큰 만큼 더욱 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의 모습은 시장 반향을 의식하는 신중함이라기 보다는 자신감 실종에 가까워 보였다. 사실 금융위원장 취임 6개월 남짓 몇 차례 언급한 확신에 찬 발언들이 시장의 관심은 커녕 이미지만 구기면서 주눅이 들기에 충분했다. 그는 지난 4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 "수시 적격성 결론을 4월 중에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데 이어 5월에도 "(상반기보다는) 이른 시간 내에 입장을 표명해 불확실성을 줄여줘야 한다"고 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일정도 못잡으며 시장 신뢰를 잃었다. 지난달 14일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관련 "시장에서 지나치게 강하다고 할 정도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핵심 이슈는 발표되지 않았다. 고정금리 대출전환 확대 방안도 금융권에서는 "비현실적"이라며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해서도 "유효 경쟁은 자신있고, 과당 경쟁을 우려할 정도"라고 했지만, 주요 금융지주사가 모두 불참해 그를 난감하게 했다. 그러나 그를 곁에서 지켜보는 출입기자의 입장에서 자신감을 잃은 그의 태도가 서글프기만하다.김 위원장이 현 정권에 줄이 없는데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이후 정치권이 금융당국 때리기에 나서면서 그의 존재감이 급속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그렇고 다른 부처도 그렇고 국회도 그렇고 나무에 올려놓고 사방에서 흔들고 있는 형국이다. 가계대책 종합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종합대책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부처의 협조는 눈에 띠지 않았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가계대출의 핵심인데도 국토해양부는 관련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가계 빚의 주 원인이 되고 있는 사교육비를 관장하는 교육과학기술부도 팔짱만 끼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신바람 내각'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브리핑실을 빠져나가는 김석동 위원장의 쳐진 뒷모습에 꼬일대로 꼬여있는 한국금융의 현안이 자꾸 오버랩된다. 조태진 기자 tj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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