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진수희 장관, 빅 이슈만 보이나

최근 보건의료 분야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일반약 슈퍼판매 논란이다. 정치, 경제논리, 직역(職役)갈등 등이 뒤섞여 있다. 언론환경 변화와 연결 짓는 음모론도 나왔다. 흥행을 끌만한 요소를 두루 담고 있다. 하지만 감기약을 슈퍼에서 팔게 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하고 중요한 일일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진수희 복지부 장관의 입장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천천히 해도 될 일' 혹은 '되도록 천천히 하고 싶은 일' 정도. 하지만 진장관의 눈빛은 완전히 달라졌다.6월 3일 '의약품 재분류'라는 발표를 부하직원에게 맡기고 뒤로 빠졌던 진 장관은 얼마 후 스스로 기자실을 찾아 "정치일정을 미뤄서라도 해결 하겠다"고 말했다.애초 진 장관은 이 문제를 되도록 공론화 시키고 싶지 않았다. 의ㆍ약사 갈등의 뇌관을 건드려 이득을 볼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복지논란과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문제에 주무부처 장관이 발을 깊숙이 담그지 않으려는 태도도 같은 맥락이다.약사회에 휘둘린 듯한 복지부의 태도에 언론의 질타가 쏟아졌고, 이 문제는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빅 이슈'가 돼버렸다. 절대 치적이 될 수 없을 것만 같던 '뜨거운 감자'는 생각 외의 대어로 변했다. 정치인 진수희가 기회를 놓칠 리 없다.진 장관이 문제 해결에 큰 의지를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앞선다. 진 장관은 보건의료시스템의 근본을 개혁하는 작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대부분 단기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치인 장관의 결단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이라는 개혁과제는 감기약 슈퍼판매보다 덜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선택의원제(일종의 주치의 제도)는 많은 국민이 지지한다. 10월 시행까지 세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강력히 반대하는 의사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며, 우려되는 부작용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진 장관은 언제 답할 것인가.지속가능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보건의료미래개혁위원회도 조직했다. 활동기한이 두 달 남짓 남았지만 어떤 논의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감감 무소식이다. 언론의 관심이 박카스에 꽂혀 있는 동안, 논란 속 약가정책 개혁은 정부의 일방통행으로 추진되고 있다. 복지부는 감기약 슈퍼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이다. '약의 주권'은 의사도 약사도 아닌 최종적으로 약을 입에 넣는 환자에게 있음을 알리는 중요한 첫 걸음임에 틀림 없다.진 장관은 15년이 걸린 그 난해한 일을 '의지를 갖고' 해결한 주인공으로 기억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왕에 미루기로 한 정치일정, 이미 '정치'가 돼버린 빅 이슈 말고 다른 일에 더 많이 투자해주길 바라는 건 총선을 앞둔 정치인 장관에게는 좀 무리일까. 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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