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비용은 저렴하고 교육 수준은 만족스럽다" 공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본 학부모들의 일관된 평가다. 서울시교육청이 공립유치원을 2배가량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은 가운데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봤다.올해 공립유치원 만5세반에 당첨된 쌍둥이 학부모 서은미(36)씨는 "사립 유치원에 다닐 때 원비를 내느라 진 빚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재료비, 특강비, 수업비 등을 합해 매달 100만 원 가량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 서씨는 1명당 매달 수업료 3만3000원과 급식비 4만원(한 끼 당 1740원)만 부담하면 된다. 기타비용을 제외한 수업료만 따져도 10배 이상 줄어든 것이다.
공립 단설유치원인 명일유치원생들의 요리활동 모습
비용은 저렴하지만 교육의 질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월촌초 병설유치원의 학부모 최수영(39)씨는 "첫째는 사립, 둘째는 공립에 보내게 됐는데 비용이 대폭 줄었다는 것 외에 교육의 질에서 차이를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교육의 질에 만족하는 첫 번째 이유는 우수한 교사진이다. 정혜손 국공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100 대 1의 유치원 임용고사를 치르고 온 교사들이 가르치므로 교육의 질은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주 월촌초 병설유치원장 역시 "어린이집의 경우 대개 자격을 갖춘 교사 비율이 10~20%수준이지만, 공립유치원의 경우 전원 교육공무원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명일유치원의 신문활용교육(NIE) 수업
또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초등학교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부모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학부모 전소연(38)씨는 "단설 공립 유치원이라 학교수업하고 연계돼 도움이 된다"며 "얼마 전 아이가 체력검사를 받았는데, 초등학교에 가면 하는 것들을 미리 제대로 해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명일유치원에서는 1년에 3번 유아들의 기초체력을 측정해 개개인의 신체발달 수준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체육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명일유치원의 도서실 풍경
정혜손 회장은 "유치원은 학원이 아니라 '만 3,4,5세가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에 유아발달에 맞는 적기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 연구에 따르면 만 6세가 돼야 두뇌발달이 시작되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는 사회생활을 위주로 가르쳐야 한다"며 "서로 어울리고 놀면서 배우고, 서로 다른 아이들이 모여 하나를 이루는 '비빔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그냥 놀고 노래 부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교육적 요소가 다 녹아있는 공립교육이 확실하다는 설명이다. 저렴한 비용에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다보니 공립유치원에 입학할 확률은 '로또'에 비유되기도 한다. 공립유치원은 12월 1일부터 일주일동안 원서 접수 후 같은 날 동시에 추첨하는데, 추첨에서 떨어진 사람들 중 정원의 10%정도를 후보로 뽑는다. 대기자는 추첨한지 7~10일 이후 선발하는데, 사실상 후보조차도 입학이 어려워 대기자에게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봐야하는 실정이다. 안정희 홍제초 병설유치원감은 "한 번 입학한 학생들이 그대로 진급하면 그만큼 새로 선발할 수 있는 아동수가 적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재 만3세의 아이들이 만4세반으로 올라가면 새로 선발할 수 있는 아동 수는 5명에 불과한데, 보통 30~40명이 지원해 8:1의 경쟁률은 가뿐히 넘는다는 것이다. 정혜손 국공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보통 병설 유치원은 1~2학급밖에 없고,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위주로 입학시키다보니 만3세반이 없었다"며 "공립유치원의 학급 수를 늘려야 치열한 경쟁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수업료가 저렴한 공립유치원을 늘리는 방안과 함께 유치원생에 대한 무상급식도 장기적 과제로 추진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문제가 해결되면 유치원 무상급식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언제 시행하느냐하는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3일 "지자체에서 관리, 감독하는 어린이집 아동을 제외하고 도교육청이 감독권을 갖는 15만여명의 3~5세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올 2학기부터 무상급식을 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7월 추경예산안에 관련 예산 160여억원을 편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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