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 전역에 '전기밭' 깐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도쿄=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서울=조영주, 박은희 기자] 재일동포 기업가이자 일본 IT산업의 선두주자인 손정의(사진ㆍ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원자력 발전 위주로 운영되어 온 도쿄전력에 선전포고를 했다. 일본내 자치단체들과 협력해 전기밭을 일궈 원자력에너지를 태양에너지로 대체하는 사업에 일본 소프트뱅크의 미래를 걸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 관련기사 : , 이른바 '전기밭(電田) 프로젝트'로 불리는 손회장의 신사업구상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달아오른 '탈(脫)원전'이라는 문명사적 요구에 적극 부응하면서 소프트뱅크를 국제적인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 사업으로 일본 내에서 거대 권력을 행사하는 도쿄전력과 관(官) 주도의 일본 에너지정책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미이기도 한 손 회장의 결단은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에 불고있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움직임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손 회장은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해 국제적 협력관계를 맺자고 우리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2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우리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동주최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지구 책임적 문명 건설'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일본은 대지진 이후 주변 국가들에 폐를 끼친 범법자가 돼버렸다"면서 "원전사태로 주변 바다와 공기, 토양을 오염시켰다"고 밝혔다. "3개월 전만 해도 제가 녹색성장 관련 서밋에서 연설을 할 줄은 몰랐을 것"이라는 말로 운을 뗀 뒤 이렇게 밝힌 손 회장은 "3ㆍ11사태 이후 '원자력 중심의 일본 발전 정책이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또 "일본 정부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전략적으로 원전을 준비했다가 이번 사태를 당했다"면서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실수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디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연설과 동시에 공개한 프리젠테이션(ppt) 자료를 통해 태양광 발전 사업 구상을 밝혔다. 손 회장 구상의 핵심인 '전기밭(電田)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도(道)와 비슷한 47개 현(縣) 휴경ㆍ경작포기농지 54만여ha(핵타르)에 태양광 전지판을 세우는 사업이다. 손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전체 발전량의 10%에 불과한 일본 내 태양광 발전 비율을 오는 2020년까지 30%로 끌어올리고 시간당 270GW(기가와트)의 전력 생산이 가능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손 회장은 이를 위해 용지 규제를 풀어달라고 지자체들에게 제안했다. 농촌진흥법이 전용 전면금지 구역으로 정한 농용지구역ㆍ간종농지ㆍ제1종농지에 대한 규제를 풀어 '공익성 높은 사업', 즉 태양광 발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일부 전용이 허용된 제2종 농지의 경우 '주변 토지에 입지가 불가능한 경우 이 곳을 전면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손 회장은 이를 위해 약 2~3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현재까지 일본내 30여개 현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이날 서밋에 참석해 축사를 한 이명박 대통령은 손 회장의 제안에 화답하듯 "파트너십 정신을 바탕으로 개도국의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그린(Green) ODA(공적개발원조)를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한국은 그동안 2억달러 규모의 동아시아 기후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청정에너지, 물 관리, 산림, 폐기물 처리, 고효율 발전 등 5개 분야를 중심으로 개도국에 대한 무상원조 사업을 실시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인간과 지구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개별국가의 차원을 넘어 하나로 결집될 수 있다면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고 지구 책임적 문명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영주 기자 yjcho@김효진 기자 hjn2529@박은희 기자 lomorea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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