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요즘 남지나해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대만간의 영유권 분쟁이다. 베트남은 경제규모나 군사력에서나 중국의 비교상대도 안되는 작은 나라여서 다윗에 해당한다. 세계 2위의 경제력과 항공모함진수를 눈앞에 둔 중국은 골리앗이라는 이름도 부족하다.차라리 타이탄이 낫다. 중국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남지나해의 난사군도와 시사군도 등 170만㎢의 해역을 모두 자국령이라고 주장해 베트남 등 관련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벌써부터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차단하면서 무력으로 영유권을 인정받으려는 태세다.
◆무력시위 들어간 중국과 베트남=남중국해의 난사군도(南沙群島.스플래틀리제도)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지난 2일부터 한 섬에서 인민해방군수속 공수부대를 동원해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중국의 화매망(華媒網)이 15일 전했다.. 중국 공수부대는 약 2000㎞를 이동, 남해의 한 섬에 주둔한 채 낙하, 해상이동 및 사격, 가상적을 상대로 하는 상륙훈련 등 실전같은 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측의 실전 훈련은 평화적인 해결과 타협을 주장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군사적 수단도동원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과거 중국과 교전한 경험이 있는 베트남은 결코 주눅 든 모습은 아니다. 베트남은 1979년 중국과 전쟁을 치른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징병령을 발동하는 등 무력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오는 8월 1일부터 발효되는 징병령은 전면 동원령은 아니지만 공무원, 독자 등 전시에 징병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람들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베트남은 13일에는 남중국해 무인도 혼옹 섬 인근에서 실탄사격을 했다. 군사훈련 장소는 중국에 가까운 시사군도(파르셀)와 난사군도(스프래틀리) 사이 해역이다. 싱가포르 동남아시아학연구소 이안 스토리 연구원은 “베트남의 해상훈련은 남중국해에 관심을 표명하는 메시지이자 중국의 잇따른 공격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했다. 베트남과 중국간 갈등은 중국 순시선이 지난달 26일 베트남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원유탐사작업 중인 베트남의 국영 석유사업자 페트로베트남 소속 ‘빙밍 2호’ 케이블을 절단한데 이어 지난9일 중국어선이 베트남 원유 탐사선의 케이블을 손상하면서 그 수위가 높아졌다. ◆월등히 앞선 중국의 군사력=중국과 베트남은 무력시위를 하고 있지만 실제 충돌 가능성은 높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의 군사력이 월등히 앞서 무력충돌시 중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결말 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육해공군력에서 베트남을 압도하지만 특히 해군력이 앞선다. 중국은 65척의 잠수함을 보유한 잠수함 강국이다. 일본(16척)과 한국(9척)을 압도한다. 특히 중국은 핵무기를 탑재한 ‘진’급 전략핵잠수함을 3척 보유하고 있는 등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대형 함정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대형 구축함을 28척 보유해, 일본(44척)을 바싹 추격하고 있다. 구축함보다 조금 작은 호위함정을 52척 보유하고 있다.중국은 1995년부터 2007년 사이에 러시아에서 소브레메니급 구축함(7900t) 4척과 킬로급 잠수함(3000t) 12척을 사들이고, 2007년 자체 이지스함(6500t) 2척을 작전배치하면서 해군력을 비약적으로 증강시켰다. 이지스함은 3척을 건조중이다.중국이 2001년에서 2010년 사이 170억 달러 이상을 러시아산 무기 수입에 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방 국방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 중국이 신문기 수입에 쓴 돈을 약 15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중국은 여기에 자체 항모건조도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4월 6일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이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조선소에서 개조중인 것으로 알려진 옛 소련 항공모함 바랴그호의 사진 20장을 공개했다.중국은 지난 1998년 우크라이나를 통해 옛 소련 항공모함 바랴그호를 사들여 개조하고 있다. 이 항공모함은 만재 배수량 6만7500t, 갑판 길이 302m, 최대 속력 29노트에 1960명의 승무원이 승선하며 함재기 52대를 탑재할 수 있다. 함재기로는 러시아제 수호이 33이나 수호이 33의 중국형 개량기가 거론되고 있다.공군력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연초 스텔스 전투기 젠(殲)-20 시험비행을 성공시키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세계 2위라는 경제규모에 걸맞게 지난해 780억 달러의 국방비를 지출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중국의 군 관련 총 지출이 지난 2009년에 1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그 덕분에 중국의 군은 과거와는 판이할 정도로 변모해 미국을 제외하고는 아시아 역내에서 중국을 이길 상대가 없을 정도로 군사력이 강화됐다.◆분루(憤淚) 삼키는 베트남=베트남의 군사력은 중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국방비는 2009년 기준으로 28억 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그동안 베트남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터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8년 존슨 환초 근처에서 중국 함정이 베트남 해군을 공격해 베트남 함정 3척이 침몰되고 70여명의 수명이 목숨을 잃었다.그러나 베트남은 경제난 속에서도 부족한 해군력 증강을 위해 지난 2009년 응웬 떤 중(Nguyen Tan Dung) 베트남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총리와 킬로급 잠수함 6척을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에 2010년부터 도입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베트남은 또 러시아의 최신예 SU-30 전투기 12대와, 다른 군사장비도 도입하기로 했다.베트남은 그동안 북한에서 도입한 유고급 잠수정(85톤) 2척을 운용해왔다. 밀리터리밸런스에 따르면 킬로급 잠수함은 길이 73.8m, 배수량 2350t으로 최대 350m 깊이까지 잠수할 수 있으며, 승조원 52명이 재보급 없이 45일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533mm 어뢰 6발을 탑재해 중국 잠수함과 수상함 세력에 대한 상당한 견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4만여명의 해군 병사와 프리깃함 6척, 초계정 4척, 상륙함 6척에 불과한 함정으로서는 중국을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밀리터리밸런스는 “베트남은 남사군도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부품과 보급능력 부족 등으로 함정은 작전 능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본다면 베트남은 “그냥 두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 외에는 중국에 별로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베트남이 국제사회에 남지나해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개입을 요청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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