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반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오늘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한 말이다. 전날 사장단회의에서 삼성테크윈의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후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거듭 그룹 내 부정부패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회장이 회의에서 크게 화내고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이 즉각 경질되면서 재계는 물론 일반인까지 '삼성 부정부패'의 실체와 각 계열사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감사 기능이 가장 잘 작동되는 곳으로 소문난 그룹이다. 때문에 내부 부정이나 비리가 없는 깨끗한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곳에서 총수가 사장들을 모아놓고 크게 분노를 표할 정도의 부정이 적발됐다는 사실이 놀랍다. 삼성테크윈만의 돌출성 부정이 아니라 그룹 전반의 문제라는 이 회장의 말 역시 충격이다. 이 회장은 그 원인으로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되고 안심이 되니까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고 스스로 진단했다. 어제 사장단회의에서도 "세계적인 기업 중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며 경각심을 높였다. 자만과 나태가 부정부패의 근원이라는 얘기다. 자주 강조해온 '위기론'과 궤를 같이한다. 민간 기업의 내부 부정부패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부패와 비리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쉬쉬하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은폐된 부정은 또 다른 부정을 부른다. 민간 기업의 부패는 공기업 못지않은 폐해를 부른다. 부패는 기업의 가치, 제품의 질을 떨어뜨려 소비자의 피해로 귀결되며 종국에는 회사의 존망을 좌우한다. 문제가 된 삼성테크윈만 해도 수많은 주주를 둔 상장기업이며 국가안보와 직결된 방위산업체다. 삼성이 내부 부정부패의 존재 사실을 공개한 것은 그런 측면에서 박수 받을 일이다. 삼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사 인원을 확대하고 완전한 별도 조직화 등 강력한 감사체제 재구축에 들어갔다고 한다. 속도감 있는 조치다. 비리 척결의 결심을 단단히 했다면 문제의 발단인 삼성테크윈의 감사 결과도 공개하는 게 삼성답다 하겠다. 설사 '사회통념상 작은 비리'일지라도 리딩그룹이 던지는 '일벌백계' 이상의 교훈이 될 것이다. 김현희 기자 faith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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