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 스트레스' 재계 총수들은 어떻게?

이건희 회장은 수집광, 정몽구 회장은 워커홀릭, 조양호 회장은 사진 촬영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재계 총수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화려하고 환상적이기만 할까? 그들도 여느 직장인처럼 하루하루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단 한번의 잘못된 결정이 기업을 좌초시킬 수 있기에 그들이 받는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분초를 다투는 글로벌 격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순간 선택과 판단을 내려야 하는 극한의 스트레스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인지 모른다.그 때문에 총수들은 정신적 긴장감을 해소하는 저마다의 해법을 갖고 있다. 몸을 혹사시켜 땀을 흘리거나, 뭔가에 집착을 하거나, 힘들수록 일에 몰두하거나 총수들의 '탈(脫) 스트레스'는 각양각색이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일이 곧 취미다. 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일로 푸는 '워커홀릭'이다. 경영자들의 필수 코스인 골프도 썩 즐기지 않는다. 여행도 시간 낭비라며 손사래를 친다.그 대신 주말이고, 휴일이고 틈만 나면 생산공장이나 연구소를 찾는다. 정 회장의 한 측근은 "일을 즐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다"면서 "그룹의 생기 넘치는 모습을 직접 봄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고 귀띔했다.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탈 스트레스 해법은 '집중'이다. 승마든 영화든 스키든 관심거리가 생기면 미친 듯 파고들어 끝장을 본다. 자동차를 수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스포츠카는 물론 벤츠, BMW, 아우디 등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시승하고 소유한다. 삼성측은 "뭔가에 집중함으로써 경영 압박으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려는 것"이라며 "그의 놀라운 집중력은 경영자로서 탁월한 장점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박용만 (주)두산 회장은 디지털 기기 수집광이다.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최신 기기를 써보고 그 소감을 트위터에 올리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사진 촬영 실력도 프로급이다. 가수 양희은의 앨범 '1991' 재킷 사진도 박 회장이 촬영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진이라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빠지지 않는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으로 신년 달력 만들기를 10년째 해오고 있다. 올해도 신년 탁상용 달력을 제작해 외국 기업 CEO, 주한 외교사절 등 1700명의 지인들에게 선물했다.육체를 단련하고 땀을 흘리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오너들도 많다. 특히 LG 구씨일가 2세들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기로 유명하다. 산악자전거 마니아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서울 자택에서 안양 사무실까지 종종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2002년에는 동양인 최초로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알프스 산맥을 넘는 '트랜스 알프스' 대회에 도전하기도 했다.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은 산악인 박영석씨와 함께 에베레스트 신루트 개척에 성공한 산악계의 명사다.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은 3분 40초의 '무호흡 잠수'와 2000회가 넘는 다이빙 기록을 자랑하는 스킨스쿠버 마니아다.또한 민계식 현대중공업 회장은 42.95km 풀코스를 200회 넘게 완주한 소문난 마라토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은 2시간23분48초로 웬만한 선수를 능가한다. 42년생으로 올해 일흔인 그는 지난해 11월 중앙서울마라톤에도 참가해 노익장을 과시했다.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1.5km 바다 수영과 40km의 사이클, 10km의 마라톤을 쉬지 않고 달리는 철인 3종 경기 선수다. 2002년 공식 시합에 출전해 여느 전문 선수 못지 않은 2시간28분의 기록을 남겼다.이정일 기자 jay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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