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 우울한 소식들이 너무 많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팀을 향해 열정적 성원을 보내왔던 팬들에겐 실로 청천벽력 같은 일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차제에 K리그의 여러 구조적 문제들을 비롯해 특히 어린 시절부터 우리 선수들이 페어플레이와 스포츠맨십을 체득하는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되어왔는가 등에 관해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다. "이런 일들이 비교적 용납되는 사회가 더 큰 문제"라는 차범근 전 감독의 짧은 코멘트가 강렬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요즈음이다.'리그컵'과 같은 제도는 기초부터 재검토되어야 한다. 지금 현재 K리그는 정규리그 30라운드에다 6강 플레이오프가 운영되고 있고 여기에 FA컵이 존재한다. 따라서 경기수의 부족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리그컵의 필요성은 자체로 매우 감소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대부분 클럽이 별반 역점을 두지 않는 리그컵 경기들이 되다 보니, 일반의 관심도 미약한데다 한 경기 한 경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온들 별로 이상하지 않은 대회가 되어버리면서 악의 손길이 뻗쳐올 여지 또한 그만큼 커져 있었다.결국 지금은 리그컵의 인센티브 확대를 계획하기보다는, 리그컵의 폐지 혹은 적어도 대회 방식에 있어 큰 폭의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만약 리그컵을 굳이 존속시키고 싶다면, K리그 개막 이전 3월 즈음에 '한 방에 몰아 치르는' 토너먼트 대회로서 운영하는 것이 나을 듯싶다. 이것은 '미리 보는 K리그'로서의 효과와 더불어 대중과 미디어의 좀 더 많은 관심을 낳는 대회가 되면서, 어쩌면 컵을 후원하게 될 스폰서의 입장에서도 (시즌 주중에 치러지는 '얼굴 없는 대회' 형식보다) 나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법하다.우울한 사태를 접하며 또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승강제'의 필요성이다. 승강제가 존재한다면 이러한 부류의 문제가 터져 나온 클럽들을 심각하게 압박할 수 있는 '페널티' 또한 자연스레 존재하는 까닭이다. 승강제가 없는 상황에서 승점 감점과 같은 것은 클럽들에 대한 강력한 압박으로 기능 하기 어렵다.물론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클럽에 있는 것은 아니다. 불법 베팅과 작전 세력들을 단속, 처벌하고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가 건전하게 운용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검찰, 경찰 및 관계 당국들의 몫이다. 승부조작과 같은 사태에는 스포츠계 내부적으로만 처리되기는 도저히 어려운 문제들이 산재하고 있으며, 이는 관계 당국의 치밀한 노력이 요망되는 이유다.하지만 각각의 클럽이 선수들과 가장 근거리에서 선수들을 지도, 관리하는 기관임을 감안하면, 반스포츠맨적 행위가 발생한 데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클럽이 자유로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승강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사태에 대한 책임은 강등 혹은 승격을 제어하는 등의 수준으로써 엄중하게 물어질 것이고, 따라서 클럽들은 절박한 위기의식 속에 평상시 선수들에 대한 지도, 관리의 노력을 기울이게 될 법하다.사실 승강제에 관한 이야기는 비단 이번 사태가 아니더라도 꼭 한 번 짚고 넘어갈 만한 사안이다. 지난해 시끌벅적한 공청회를 통해 승강제 도입의 밑그림을 그린 이후, 아직까지 후속 방안들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승강제를 진짜로 할 거라면 강등될 팀들의 기준을 비롯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세부 방안과 일정이 확정되어야만 각 클럽들이 이에 따른 대비와 준비를 하고 클럽 운영에 관한 계획을 세울 수가 있다. 모호한 상태로 계속 내버려 둘 문제가 아니란 이야기다. 만약 현재로선 승강제의 실현이 쉽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겠다.물론 그럼에도 승강제가 어서 빨리 실현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굴뚝같기는 하다. 승강제는 통상 다른 종목이 지니지 못하는 '축구만의 매력'이 될 수 있고, 지금 우리 축구에 필요한 돌파구가 바로 그러한 부류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획기적인 것이 필요한 시기다.
한 준 희 (KBS 축구해설위원 / 아주대 겸임교수)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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