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지난 3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고교선택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학부모의 질문을 받았다. 곽 교육감은 "고교선택제가 선호 학교와 비선호학교를 명백히 나누고 비선호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이념이 아니라 실사구시의 원칙으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곽 교육감은 지난 3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교선택제를 그대로 유지하기 힘들다"며 선호학교에 배정된 신입생들의 학교 만족도와 비선호학교 학생들의 만족도 격차가 37.5%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학군과 무관하게 가고 싶은 학교에 가는 것 보다, 가고 싶지 않은 학교에 가더라도 학교생활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의 교육철학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곽 교육감과 성향이 다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모처럼 한 목소리를 냈다. 교총 자체 조사결과, 교사들의 81.8%가 "고교 다양화 이후 일반계고 성적 하락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고교 선택제는 후기 일반계고에 대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일반계고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2010학년도부터 도입됐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의 자율형 사립고 정책과 맞물리면서 중학교 내신 상위 50%인 학생들이 자사고로 몰려가 일반계고는 우수 학생 선발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고교선택제로 선호학교와 비선호 학교가 나뉘면서 중하위권 학교에서는 하위권 학생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져 정상적인 교육이 힘들다는 호소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문제는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정책 도입이 채 2년도 되지 않아 방향 선회를 하는 바람에 일선 교육현장에서의 혼선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고교선택제 존폐에 관해 신중론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수의 학생을 보듬어야 할 곽 교육감이 학교 양극화와 서열화라는 문제점을 보완하겠다는 철학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학교선택제가 가져온 장점을 살려나갈 여지는 없는지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 시행하는 것이 순리다. 이는 갑작스런 고교선택제 폐지가 초래할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과 학교현장의 혼선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교육문제여서 더욱 그렇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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