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우 “아직까지는 정일우만의 색깔이 없는 것 같다”

<div class="blockquote"> ‘작품 끝나고 살이 좀 붙은 것 같다’는 말에 얼른 거울을 보며 턱선을 이리저리 매만져보고, 이요원과의 찰떡궁합을 자랑하다가도 “촬영 끝나고는 연락 안 해요. 누나도 애기 봐야 되고. 뭐... 우리는 쿨하니까? 하하”라고 털어놓는 정일우는 딱 그 또래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으로 반짝거렸다. 지난 19일 종영한 SBS <49일>에서 그가 연기한 스케줄러 송이수는 쉽게 말해 현대판 저승사자지만, 스물다섯의 해맑은 청년 정일우와 만난 스케줄러는 패션에 민감하고 까칠한 성격을 드러내다가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 서면 한없이 순정파가 되고 마는 보통 남자였다. 데뷔작 MBC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MBC <돌아온 일지매>와 KBS <아가씨를 부탁해> 등을 거치며 인기와 연기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한 정일우에게 1년 반 만의 TV 복귀작 <49일>은 어떤 의미의 작품이었을까. 하나 확실한 건, 그가 “마음 편하게 즐겼던” 2개월이었다는 사실이다.
드라마 종영 후 트위터에 “오늘따라... 이수가 너무 그립다... 송이수.. 잘가”라는 멘션을 남길 만큼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렸던 것 같나.정일우: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캐릭터라 신선했고, 송이수가 가진 양면성을 잘 살리면 매력적으로 보이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저승사자는 음침하고 차갑고 위엄 있는 이미지가 강한데, 난 시청자들이 봤을 때 거부감이 들지 않는 스케줄러를 만들고 싶었다. 굉장히 내추럴하게 캐릭터를 잡아갔다.<H3>“요원이 누나랑 호흡이 잘 맞았던 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H3>
의 ‘Yo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난 저승사자가 아냐, 스케줄러~’와 같은 귀여우면서도 엉뚱한 가사 덕분에 스케줄러의 매력이 확 살았다. 처음 이 곡을 받고 어땠나.정일우: 소현경 작가님이 대략 이런 느낌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친한 가수 형한테 코믹한 느낌의 노래를 부탁했다. 형이 탁탁탁 짚어주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줬다. 가사도 웃기고. 녹음하는데 한 시간도 안 걸렸다. 작가님도 진짜 좋아하셨다. 초반에는 단순한 스케줄러였다가 자신과 송이경(이요원)이 과거 연인사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느새 멜로의 중심에 서 있더라.정일우: 사실 시놉시스 상에는 송이수가 그렇게 큰 비중이 아니었다. 그냥 신지현(남규리) 옆에서 조금씩 도와주다가 마지막에 이경이한테 정말 사랑했다고 얘기하면서 떠나보내는 정도였다. 근데 촬영에 들어가고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과 회의하면서 비중이 점점 커졌다. 그렇게 후반부로 갈수록 스케줄러가 묘한 감정변화를 겪게 되는데,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정일우: 신지현이 빌린 몸이 내가 사랑했던 여자의 것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송이경의 몸에 들어간 신지현, 즉 ‘빙이경’과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사실 처음부터 빙이경과 촬영할 땐 조금 다른 감정으로 연기했다. 아무리 기억을 못한다 해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몸이니까 그 사람을 대할 때 뭔가 느낌이 다를 것 같았다.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것처럼 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티 안 나게 조금씩 연기를 했다. 요원이 누나랑 호흡이 잘 맞았던 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 이요원과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잘 맞았나?정일우: 누나는 현장에 맞춰서 연기를 하신다. 조금 즉흥적이긴 한데, 그래서 오히려 연기가 잘 나오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누나의 리액션을 받아서 연기하다보니까 뭔가 대사를 쳐야지, 이런 게 아니라 그 상황에 몰입을 하게 됐다. 예전 작품에서는 그런 희열을 느껴보지 못했나.정일우: 그 전에는 여배우랑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때는 내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내 것에 집중하기 바빴다. 이젠 상대방의 연기를 받아들이는 게 조금 된 것 같다. 결국 신지현이 죽고 신지현-송이경이 자매였다는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의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송이수를 연기했던 배우로서 송이경-송이수의 엔딩은 어떻게 받아들였나.정일우: 시청자들이 송이경-송이수 커플을 좋아해주신 건 이뤄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이뤄지는 건 말도 안 된다. 게다가 송이수는 이미 죽은 사람 아닌가. 송이경에게 “사랑했다”며 오해를 풀어주고 강가에 반지를 던지면서 이별을 고하는 장면을 촬영할 땐 어땠나.정일우: 대본 보고 정말 펑펑 울었다. 세트에 도착해서 나 혼자 대본 좀 읽어보겠다고 차에 들어왔는데, 보다가 그냥 펑펑! 완전 꺼억꺼억! (웃음) 근데 막상 촬영할 때는 그만큼의 감정이 안 나왔다. 막 울어도 안됐지만 그렇다고 너무 냉정하게 갔어도 안 됐는데, 그 중간을 못 맞췄다. 미리 자기 감정에 너무 빠져들어 버리면 오히려 연기에 방해된다는 걸 알게 됐다. 요원이 누나는 어떤 신을 찍든지 굉장히 릴랙스 되어 있다가 촬영을 시작하면 확 집중해서 바로 울어버린다. 그게 연륜이고 경험인 것 같다. <H3>“사람들이 기억하는 작품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H3>
데뷔 5년차임에도 여전히 정일우를 데뷔작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 학생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서운하지는 않나.정일우: 생각해보면 연기자한테 사람들이 기억하는 작품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것 같다. 사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어? 배우 누구다’ 이렇게 말하지, 그 사람이 어떤 드라마에 나왔다고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도 이제는 많은 분들이 스케줄러라고 얘기해주신다. 더 열심히 하다보면 ‘하이킥 윤호’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 때의 인기가 그립다는 생각도 드나.정일우: 글쎄, 그런 거에 얽매이다 보면 오히려 안 되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될 수도 있고, 또 안 될 수도 있고. 사실 <거침없이 하이킥> 때처럼 되는 건 힘들 것 같다. 무려 11개월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웃음) 단숨에 인기를 얻었고 그게 거품이었다는 것도 깨달았다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본인에게 맞는 캐릭터를 되찾은 느낌이다. 1년 반이라는 공백기를 깨고 어떤 작품과 캐릭터로 대중 앞에 서고 싶었나. 정일우: 사실 쉬는 동안 작품은 많이 들어왔다. 주연작도 몇 개 있었고. 그런데 분량보다 캐릭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의 밝은 모습, 진지한 모습, 재밌는 모습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는데, <49일>의 송이수가 딱이었다. 예전에는 죽을 둥 살 둥 힘들게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일할 수 있었다. 이제는 본인이 뭘 잘하는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 즐거운지 알게 됐다는 뜻인가.정일우: 그래서 앞으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고르는 게 정말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뭔가 모험이나 도전을 하고 싶고 비슷한 건 하기 싫었다. 근데 문득 똑같은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 다르고 작가님이 다르고 작품이 다른데, 아무리 비슷한 캐릭터라 해도 똑같은 분위기가 나올 순 없다. 아직까지 나한테는 ‘정일우’하면 어떤 색깔이라든지, 이런 캐릭터가 잘 어울린다든지 하는 특징이 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만들고 싶다. 그러면 당분간은 본인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밝은 캐릭터에 집중할 생각인가.정일우: 그러고 싶다. 그렇다고 마냥 밝은 게 아니라 뭔가 의미를 줄 수 있는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이번 스케줄러도 그랬고. 차기작은 언제 만나볼 수 있나.정일우: 두 달 안에 결정될 것 같다. (웃음) 꽤 빠른 속도인데? (웃음)정일우: 일할 때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것 같아서 이제 좀 꾸준히 하려고 한다. 더 이상 후퇴는 하면 안 될 것 같다.<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10 아시아 사진. 이진혁 eleven@10 아시아 편집. 장경진 three@<ⓒ즐거움의 공장 "10 아시아" (10.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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