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프랑크푸르트=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 발언이 심상치 않다. 유럽 순방중인 이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작심한 듯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베를린에서의 2박3일 일정이 '통일을 위한' 행보라고 여겨질 정도다.순방 첫 공식 행사인 동포간담회에서부터 발언의 수위가 높았다. 이 대통령은 "통일은 어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이뤄져야 하고) 결과적으로 민족을 부흥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통일은) 더 큰 원대한 번영을 가지고 올 수 있다. 통일된 7000만명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밝혔다. 9일에는 베를린 장벽의 중앙에 위치했던 브란덴부르크문을 걸으며 "그토록 두터웠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역사적 현장에 와보니 대한민국의 소원인 통일의 숨결이 느껴진다"고 언급했다.이 대통령은 이어 베를린 장벽 철거를 언급하면서 "그 이후 오늘날까지 나는 남과 북 사람들이 엉켜서 축배를 들고 축가를 부를 수 있는 순간이 언제일지 하루도 빼지 않고 생각해왔다"고 전했다.이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핵포기 문제에 대해 북한이 진정하게, 확고하게 (포기)하겠다는 의견을 국제사회와 합의한다면 내년도 3월26~27일 핵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대하겠다"고 공식 제안했다.
대통령의 통일에 대한 발언이 이처럼 구체적이자, 청와대의 기류도 확연히 바뀌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이 가장 원하는 안전보장을 국제사회를 통해 약속받고, 경제적 지원과 협력도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안전보장을 위해 한반도 평화협정 등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북한의 3대 세습체제도 인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대통령의 말처럼 통일은 '어느순간 갑자기' 올 수 있다. 물론 어떤 형식으로 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준비하는 것은 우리의 몫일 수밖에 없다.한가지 아쉬운 점은 북측이 도발하고, 남측이 압박하는 지금과 같은 남북 대결구도가 좀처럼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결구도가 지속되면 북한은 물론 우리도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통일에 대한 진일보한 발언이 앞으로 대북관계에서 보다 구체적인 각론으로 드러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외교에서의 원칙은 국익'이고, 이는 남북관계서도 예외가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베를린·프랑크푸르트=조영주 기자 yjc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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