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만 5세 어린이의 유치원비와 보육비를 지원하고 교육과정도 통합해 '만 5세 공통과정'을 가르치기로 했다. 국가가 취학 직전 아동의 교육과 보육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의무교육이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의 9년에서 사실상 10년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유아 공교육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의 '만 5세 의무교육'은 늦은 감이 있다. 유럽연합(EU) 등 세계 여러 나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취학 직전 1년의 교육을 중시해 유아 공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유아 교육비 공공부담비율 평균이 2007년 기준 79.7%에 이르는 것이 그 방증이다. 우리는 고작 49.7%에 지나지 않는다. 1997년 법으로 명시한 유아교육 국가책임 원칙을 이제서야 실천하는 것이다. 유아에 대한 양질의 교육과 경제적 지원이 이뤄지면 젊은 부부의 교육비와 보육비를 덜어주어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유치원 교육에서부터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저소득층 유아에게도 교육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소득 격차로 인한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짚어볼 대목도 적지 않다. 우선 막대한 재원이 당면한 문제다. 정부는 연간 1조원이 넘는 소요 재원을 교육과학기술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겠다고 한다. 큰 무리가 없다고 하지만 초ㆍ중ㆍ고 시설투자 등 다른 교육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다 면밀하게 재정소요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공통과정을 유치원은 교과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나누어 맡는 것도 어정쩡하다. 한 부처가 책임 지고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다. 표준교육의 내용과 교사의 질을 높이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과 보육의 질적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과제다. 올해 업무 계획에 없던 정책결정이 갑작스레 이뤄진 배경도 아리송하다. 물가 앙등과 전세대란 등으로 민심이 사나워지자 서둘러 내놓은 카드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과잉 복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철저한 준비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는 게 의구심을 털어내는 길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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