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영업정지된 8곳의 저축은행에서 돈을 떼이게 된 투자자는 4만명이 넘는다. 예금보호 한도액인 5000만원을 넘겨서 돈을 맡긴 사람이 3만7495명으로 예금액은 2537억원에 이른다. 또 보호대상이 아니어서 전액을 날리게 된 후순위 채권 피해자는 3632명, 피해액은 1514억원에 이른다. 이들은 어제 오늘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리고 있는 저축은행 청문회를 누구보다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최대 저축은행까지 도산으로 몰고 간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책임소재는 분명하게 규명되는가, 확실한 재발 방지책이 나올까. 또 정책 책임자들이 오류를 인정하는 책임 있고 의연한 모습도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 기대를 했던 투자자라면 첫날부터 실망했을 게 분명하다. 여야는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네 탓 공방'으로 일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현 정부의 무리한 부동산 경기 부양과 무리한 짝짓기, 부실한 감독, 정책 실패가 저축은행 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부실의 뿌리는 김대중ㆍ 노무현 정권 때라고 맞섰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예금보호한도 조정, 상호신용금고 명칭의 저축은행 변경, 노무현 정부에서의 부동산 거품 정책 등을 지목했다. 의원들 스스로 4ㆍ27 재보선을 겨냥한 정치 공세장이라 말했을 정도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증인으로 나온 전ㆍ현직 금융수장들도 '네 탓 공방'을 벌이기는 여야 의원들과 다를 바 없었다. 누구 입에서도 '내가 책임지겠다'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책임을 추궁당할 때마다 한 목소리로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인수ㆍ합병(M&A) 이후 무너진 저축은행의 문제를 지적하면 성공한 곳도 많다고 반박하고 경영을 건실하게 했다면 부실대출과 부실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저축은행에 떠넘겼다. '쭉 쌓여온 문제다' '재임 이전의 일이다' '시스템의 결정이다'라는 식으로 화살을 피해갔다. 여야, 전ㆍ현직 금융수장들이 모두 '책임이 없다'니 혼란스럽다. 제도나 정책, 감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저축은행의 대주주와 경영자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반성도,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청문회는 왜 열었나.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 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라는 이름이 아깝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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