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해 11월 북한군의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연평도 어민들이 이번에는 '풍어제'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서해5도 평화풍어기원제 추진위원회는 지난 11일 연평도에서 올해 첫 꽃게 조업을 앞두고 어민들과 인천 지역 종교ㆍ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가한 가운데 '평화풍어기원제'를 개최했다. 원래 '조기 파시'로 유명했던 연평도 주민들은 매년 임경업 장군의 사당인 충민사에서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올려 왔다. 올해엔 종교ㆍ시민단체 등이 가세해 '평화와 상생'이라는 주제로 행사가 확대 개최됐다. 연평도 포격 이후 인천앞바다의 대결구도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로 전환을 모색하고, 상처받은 주민들을 위로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마치 '여의도 정치판'이 축소된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인천 지역 정치권은 전형적인 '편 가르기 식' 행태를 보였다. 민주당ㆍ민주노동당ㆍ국민참여당 등 진보 진영만 행사에 참석했고 한나라당 등 보수 진영 인사들은 아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안방 주인 격인 조윤길 옹진군수 조차도 불참했다. 오히려 한나라당 인천시당은 이날 오후 "웬 뚱딴지 같은 평화 풍어기원제냐"며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 까지 했다. 정치판에서 흔히 일어나는 '몸싸움' 까지 벌어져 신성해야 할 '풍어제'를 망쳤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옹진군 측에서 특별취로근로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을 행사에 참석시키지 않은 것을 빌미로 참석한 시의원과 면장이 몸싸움을 벌였다. 이로 인해 풍어제 행진이 멈춰졌고, 행사 참가자들이 두 사람을 뜯어 말리는 등 볼썽사나운 꼴이 연출됐다. 또 다른 주민과 행사 참가자가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연평도 주민들은 아직도 포격의 피해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이 곳을 찾은 가천의과대학 의료진들이 100여 명의 주민들을 진료한 결과 37명이 불안감 및 불면증을 호소했으며, 13명은 별도의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휴식과 안정으로 일상을 되찾아야 할 연평도 주민들이 '여의도식 정치판'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더 키운 꼴이 됐다. 정치권이 풍어제를 망쳤지만, 부디 어신의 노여움으로 꽃게잡이 어획량이 떨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길 간절히 기원한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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