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왕 회장’의 꿈···‘현대가’의 도전

21년 만에 '현대자원개발' 설립, 계동사옥 12층에 입주현대상사ㆍ오일뱅크ㆍ건설 옛식구 되찾자 숙원 사업 추진계동사옥에 '현대가' 속속 입성···위상 커져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서울 계동 현대사옥 12층에는 새로운 현대가(家) 식구가 21년 만에 다시 자리를 잡는다.'현대자원개발'이 주인공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2001년 별세)이 지난 1989년 이후 10여 차례 구 소비에트 연방(소련)을 방문한 뒤 그룹 차원의 자원개발을 전담할 조직으로 1990년 9월 1일 설립했던 회사명을 되살렸다. 초대 대표이사에 현 대통령인 이명박 현대건설 회장이 겸직했던 인연도 있다.뚜렷한 성과는 올리지 못한채 1998년 12월 현대그룹 구조조정 당시 청산됐으나 정 명예회장은 "기업의 향후 국제경쟁력은 자원 확보에 달려있다. 경제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우리에게 없는 자원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생애 마지막까지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현대자원개발이 부활했다는 것은 회사가 현대중공업그룹을 넘어 범 현대가 차원의 자원ㆍ에너지 개발 사업을 담당할 중심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자동차가 올해 사업정관에 자원개발을 추가했고, 현대하이스코에 이어 현대제철도 원료 확보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중이다. 하지만 제조업 위주인 현대차그룹은 자원개발 전담 조직 규모가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노하우가 많은 현대종합상사가 속한 현대중공업그룹과의 공조를 모색할 수 있다. 즉, 와 현대오일뱅크, 현대건설 등 흩어졌던 식구들을 되찾은 범 현대가가 다음 단계로 실행 사업 차원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이처럼 미완성으로 잊혀져가던 왕 회장의 숙원사업이 아들과 손자들에 의해 다시 부활하고 있다. 지난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충남 당진 현대제철 고로 제철소를 완공했으며, 앞서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연해주 영농법인 하롤 제르노 농장을 인수해 영농사업을 시작했다. 철강자립, 영농사업에 이어 자원개발까지 본격화함으로써, 대북사업을 추진중인 현대그룹과 더불어 현대가는 정 명예회장의 뜻을 잇는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이와 함께 올 하반기에는 현대로템이 순수 국산 기술로 완성한 차세대 고속전철 'HEMU-400X(KTX-III)'의 첫 시제품(객실 열차 포함)을 완료하고 일반에 첫 공개한다. "우리가 만든 열차로 서울을 출발해 평양을 지나 모스크바로 가고 싶다"던 정 명예회장의 바람대로 현대가에서 고속전철의 의미는 크다. HEMU-400X는 브라질과 미국에서 추진중인 고속전철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 컨소시엄이 밀고 있다. 최근 현대엠코 등 국내 4개 건설사가 프로젝트 참여 포기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참여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브라질이나 미국에서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가 큰 폭으로 개선된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참여하면 수주전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현대중공업도 자국 건조주의에 입각한 브라질 정부의 조선산업 육성정책에 따라 현지 업체와의 공조로 통해 수주를 모색중이라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수주할 경우 사업환경에서 긍정적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몽구 회장의 집무실 개설에 이어 현대자원개발의 입주 등 현대가 일원들이 속속 모이면서 계동사옥의 지위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정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을 키워나가기 위한 범 현대가의 중심축이 될 것임을 보여준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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