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경제 속의 인간읽기-숫자 없는 경제학

[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숫자 없는 경제학/차현진 지음/인물과사상사/1만6000원◆아시아경제 NIE=고등학교 경제 IV. 국민경제의 활동과 경제변동 2. 경제성장과 안정화 정책부자 되기를 두려워한 재벌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렵다는 천국에 도달했을까. 초대형 은행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창립자 '지아니니'는 그런 의문이 들게 하는 인물이다. 이탈리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지아니니는 요즘으로 치면 '미소금융'으로 떼돈을 벌었다. 사업을 확장하려고 연방정부와 국회에 로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탐욕스러울 정도의 사업욕에 정치인들과 동료 경제인들이 거부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기 재산을 계산하다가 "자칫하면 백만장자 되겠네!"하고 놀라면서 자선사업으로 재산을 줄이느라 소동을 피웠다. 디즈니에게 선뜻 돈을 빌려주면서도 제작에 참견을 하지 않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같은 걸작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하고,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영세 사업자들에게 얼굴 한 번 보고 돈을 빌려줬다. 그 결과 죽을 때 남긴 재산은 48만9278달러에 불과했다.차현진 한국은행 워싱턴 소장은 신간 '숫자없는 경제학'에서 이같이 돈과 더불어 살면서도 돈 너머에 있는 인간의 철학과 열정을 탐구했다. 경제학은 돈을 넘어선 그 무엇을 탐구하는 철학의 일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은에서 27년간 몸담은 정통 한은맨인 그가 생각하는 인간에 대해서 물어봤다.-숫자와 공식이 아닌, 인간의 체온이 담긴 경제학이 필요한 이유는?▲10여년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MBA를 전공할 당시는 금융공학이 크게 각광을 받던 때였어요. 교수들은 대부분 이공계에서 수학을 전공한 사람들이고, 학생들은 무비판적으로 미분방정식 하나를 더 배우려고 혈안이었죠. 그것이 그 유명한 워튼 스쿨의 내면이었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을 다루지 않고 잔기술만 외워서 졸업하는 식이었죠. 학생들이 그런 식으로 경제를 보게 된다면, 과연 10년이나 버틸 수 있을까 반문하게 됐지요. 그때부터 진짜 중요한 건 강의실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민하며 터득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외발자전거와 저글링을 즐긴다는데. ▲두 가지 모두 쓰러지거나 떨어뜨린다는 운명을 가지고 있지요. 팔과 다리가 두 개인데, 하나의 바퀴나 세개의 공을 가지고 버텨보려는 것. 그것은 인간의 욕심에 불과합니다. 그게 인생이지요. 결국 쓰러지고 무너지는 운명을 타고 났지만 어떻게든 잘 버텨보는 것, 거기서 재미를 찾는 것, 그것이 인생 아닐까요? 매일 아침 외발자전거와 저글링을 하면서 인생을 생각합니다. 차 소장은 책을 통해 "인간 자신에 대한 성찰과 자의식"을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 때문일까.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비판이 매섭다. 강 회장은 앞서 펴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이란 책에서 한은법 제정과정에서 한은 설립의 기초가 된 '블룸필드 보고서'를 한은 출신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왜곡과 변질로 은폐했다는 주장을 폈다. 차 소장은 강 회장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을 한국은행 자료실, 미국 뉴욕의 연준 도서관, 미 연준 이사회 문서보관소, 듀크 대학까지 뒤져 자료를 찾아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강 회장이 '할리우드 액션'을 했고, 연구 윤리가 의심스러운 인물이라고 결론 내렸다.-책에서 다룬 것과 달리 반대로 강 회장에게서 본받을 점을 소개해달라▲평소 그분의 발언이나 저서를 보면 대단히 논리적인 분입니다. 법학을 전공하신 분답게 연역적 논리가 뛰어난 분입니다. 귀납적인 학문인 경제학을 전공한 한국은행 직원들은 연역적으로 생각하는 면이 크게 부족합니다. 그런 점에서 강 회장의 논리구조를 잘 보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국은행법 등 금융관련 법률을 다루면서 귀납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저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경제학을 비롯한 귀납적 논리체계의 단점은 증거가 많으면 설득력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숫자가 많을수록 힘을 갖는다는 '떼거리 근성'의 오류, 조직폭력배의 논리입니다. 그런 점에서 반대에 굴복하지 않으며 소신대로 행동하는 강 회장의 접근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미국의 경기 방향은? ▲현지에 부임한 지 며칠되지 않아 자신있게 답변할 사안이 아니지만, 짧은 기간 접촉한 미 연준과 IMF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점차 견고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금년 상반기까지 예정된 2차 양적완화 정책이 또다시 연장될 가능성은 낮아보입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 등을 요구하려면 미국 스스로도 절제하고 극기하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금융위기가 터진 지 3년이 다 돼가는데, 여전히 통화팽창에만 의존하는 모습은 너무 쉽게 가는 것(easy going)으로 보여 글로벌 리더십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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