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 정선은 기자]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오른가 싶더니 발빠른 매수자들이 급매물 위주로 4~5건 계약을 했다. 그 이후로는 급매물이 사라진 상태로 문의전화는 꾸준히 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매수세는 없다"(개포동 A 공인중개소)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부활과 취득세 절반 감면 등을 내용으로 하는 3·22 대책 발표와 개포택지개발지구 제1종지구단위계획 재정비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한 후 첫 주말. 직접 찾은 개포주공 1단지는 조합이 설치한 환영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C|04개포주공 1단지는 5층 높이의 저밀도 단지로 개포지구 내에서 사업속도가 가장 빠르고 수익성도 높은 단지로 평가를 받는 곳이다. 1단지 주민인 60대 K씨는 10년 내내 기다린 소식이었지만 이미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K씨는 "집안 벽면에 곰팡이가 슬어 거뭇거뭇하고 윗집에서 물이 새서 누전위험까지 있다"며 "재건축이 될 듯 말 듯 하다보니 고치지도 못하고 여지껏 6.25때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단지 내를 둘러보니 낡은 정도가 심했다. 아파트 벽면이 '가뭄'처럼 갈라지고 녹이 슨 창틀은 살짝만 대도 가루가 떨어진다. 상가지붕 위에는 덮어놓은 슬라브 조각이 날아가지 않도록 폐타이어로 눌러 놓았다.
서울시 심의 통과 당일은 문의 전화가 쇄도했지만 '가격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며칠만에 눈에 띄게 다시 관망세로 돌아섰다.인근 굿모닝 부동산 관계자는 "급매물로 7억8000만원에 나왔던 전용 42㎡가 24일에 매수자와 매도자간 합의로 8억1000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이제는 정상적인 매물이면 8억2000만~8억3000만원에서 협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문화전화 중에는 매매와 연결되지 않는 '영양가 없는' 질문들도 상당수였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다음 절차를 묻거나 인근 포이동(현 개포4동)이나 구룡마을 같은데서 "우리도 재건축이 되냐"같은 질문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정부가 22일 발표한 취득세 감면조치의 경우 실시되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권이라도 재건축 단지는 9억원 이하가 많기는 하지만 당장 1000만원 이상 비용이 절감되니 느끼는 체감효과가 크다"고 말했다.인근 저층 재건축 추진단지인 가락시영주공아파트 역시 집주인들이 급매물 회수에 들어갔다. 호가도 1000만~3000만원 올랐다. 지난주에는 5억1000만원까지 있었던 가락시영 1차 전용 40㎡ 급매물이 5억2500만원까지 상승했고 51㎡는 6억1000만원에서 6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적극적인 매수세가 없어 실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근 C부동산 관계자는 "개포지구 재정비안이 통과되면서 가락시영의 종 상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호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당분간 매도자와 매수자의 희망가격 차이로 인한 거래 공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취득세 감면 확정일자가 잡히지 않은 상태로 매수자들이 구입시기를 조금 늦출수도 있어 적극적인 거래는 4월 이후나 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현재 2종 일반주거지인 용도지구를 3종 일반주거지로 바꿔줄 것을 서울시에 신청한 상태인 가락시영주공아파트는 총 6600가구로 단일 재건축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향후 가격이 어떻게 될 지 아직은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미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가 어느정도 가격에 반영됐고 주택시장의 앞날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는 것. 부동산 중개업자라고 밝힌 50대 김모씨는 "개포지구 재정비안이 통과됐긴 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며 "산 하나를 넘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가격이 큰 폭으로 뛴다거나 거래 활성화가 된다고 확정짓기엔 너무 이르다"고 했다. 강북권도 꽁꽁 언 거래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였다. 9억원 이상의 고가주택이 적기 때문에 취득세 인하 효과보다는 DTI 규제 부활이 악요인으로 더욱 큰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창동에 위치한 N부동산 관계자는 "전세난으로 반짝 살았던 매수세가 거래활성화 대책이후 다시 끊겼다"며 "전세 찾는 문의전화만 더 늘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3.22 대책에 고정금리와 비거치 상환 등 상환 여력이 있는 주택 실수요자들의 DTI 비율을 15%포인트 완화해주는 등의 내용도 들어지만 적용 대상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전세가격만 상승하는 악영향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팀장은 "3·22 정부 대책이 DTI 규제 등 실수요자의 심리적 위축 현상으로 곧바로 실효성을 얻기는 힘든 상황이다"며 "만약 정부 대책이 거래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전·월세 시장의 수요 부담이 다시 늘어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문소정 기자 moonsj@정선은 기자 dmsdlun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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