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정씨(氏)의 힘이 현씨를 눌렀다. 현정은 회장을 수장으로 한 현대그룹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우선주 발행한도 확대 등을 추진했으나 범현대가(家)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다.현대상선은 25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 7조 2항 '우선주식의 수와 내용' 항목 중 우선주 발행한도를 현행 2000만주에서 8000만주로 늘리는 변경안을 상정했으나, 투표결과 찬성 64.95%, 반대 35.05%로 특별 결의요건에 미달했다.주주총회에 앞서 반대의사를 전달해온 현대중공업 그룹과 현대백화점, KCC 등 범현대가가 모두 반대의사를 표하며 부결된 것이다. 정관변경은 출석한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전체 주식의 의결권 중 3분의 1 이상 찬성해야 가능하다.이날 현대중공업과 현대백화점 측은 주식 가치를 하락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의 지분 23.8%를 보유 중이며 현대백화점과 KCC는 각각 1.89%, 4%선을 갖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중을 반영할 것으로 해석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은 7.75%다.현대상선이 우선주 발행한도를 확대하려고 한 것은 필요한 투자재원 마련 외에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범현대가 지분비율을 줄이고 우호지분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이 안건은 당장 현대그룹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현대그룹과 범 현대가의 노림수가 숨겨져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또한 최근 왕회장 10주기를 맞아 현대가에 불어온 화해무드를 단숨에 냉각시키고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이날 오전 9시에 시작된 주주총회에서는 현대그룹과 범현대가 간 충돌이 여러차례 빚어져 눈길을 끌었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범현대가는 현대상선이 이사 보수한도를 8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는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표했으나, 이 안건은 통과됐다.조슬기나 기자 seul@<ⓒ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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