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용도별 요금제 문제점 지적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정부가 '기름값 잡기'에 나선지 석달이 다돼도록 뾰족한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학계·업계·소비자단체가 이구동성으로 '유류세 인하'를 주장하고 나섰다. 휘발유 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의 비중을 낮추고, 휘발유·경유 등 일반인이 사용하는 수송용 연료에만 과도하게 세금을 책정하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바로잡자는 지적이 잇따랐다. ◆책임공방은 그만, 대책 내놓아야=한나라당 박순자위원과 소비자시민모임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석유관련 유류세, 용도별 요금제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소비자시민모임 송보경 이사는 "국제 유가 급등으로 서민은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와 기업은 책임공방하며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다"며 "정부는 휘발유값의 50%를 차지하는 세금이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기름값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국내 에너지제품의 용도별 요금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으며, 지식경제부 이관섭 에너지산업정책관, 기획재정부 김형돈 재산소비세정책관, 한밭대 조영탁 교수, 석유협회 이원철 상무, 주유소협회 한진우 회장, 석유유통협회 양진형 상무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토론에 앞서 발제를 맡은 서울대 허은녕 교수는 "지난 2008년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는데 당시 국제 가격(두바이유 현물가격 기준)이 배럴당 110달러였다"며 "올해 중동사태로 두바이유 가격이 14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지금이 유류세를 인하할 적기"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느끼는 가격과 제품의 생산원가와의 괴리가 심하다"며 "석유제품의 생산원가에 붙는 세금의 종류와 크기, 용도별 차등의 내용을 단순화하고 이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휘발유값 절반 차지하는 세금 비중 줄여야=이날 토론에서는 휘발유 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금의 비중과 탄력세 적용의 적합성 여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일반인이 사용하는 수송용 연료에만 세금이 과다하게 책정된 국내 에너지 가격 방식에 대한 문제점 지적이 잇따랐다.현재 국내 수송용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 비중은 49.3%로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데, 이는 일본(39%), 미국(15.6%), 캐나다(28.4%)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또 휘발유,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일반인용 수송용 연료에 가장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군사용이나 나프타 등 산업용 원료, 항공유, 농어업용은 면세·감세하는 책정방식이 불법탈세석유 유통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유소협회 한진우 회장은 "현재 주유소는 1만3003개소로 지난 10년간 4배 가까이 늘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유소당 월평균 판매량은 되레 50%나 줄었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불법탈세주유소가 급증하고 있으며, 세금탈루 등을 통한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겨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불법탈세석유로 인한 추정탈루세액은 연간 4조7726억원으로 유류세 징수액의 22%를 차지한다"며 "추정탈루세액을 환수할 경우 휘발유 리터당 196원, 경유 143원의 유류세 인하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석유유통협회 양진형 상무도 "정부가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유류세를 탄력세율 내에서 10% 정도 인하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여러가지 목적세 형태의 세금이 부과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인 만큼 선진국과 같이 소비세와 환경세 등을 중심으로 과세체계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 이관섭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 3월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는 바람에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기름값 안정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함께 에너지 절약에 대한 전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박순자위원은 "몇해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자국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실내 온도가 지나치게 낮고 화장실 소모품을 아껴쓰더라"며 "국민들도 에너지 절약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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