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최틀러(최중경+히틀러 조합의 별명)가 이번엔 너무 오버(over)했다."최 장관은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재직하던 2003~2005년 강력한 외환시장 개입을 이끌며 최틀러라는 별명을 얻었었다. 최 장관이 23일 정유업계를 향해 던진 성의표시 발언이 설화(舌火)로 비화면서 최 장관의 처신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다. 최 장관은 부동산투기의혹 등 각종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1월27일 취임했다. 취임 초기의 자숙하던 모습을 두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취임 2개월을 앞둔 요즘은 각종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돌출발언으로 최틀러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최 장관의 공격적 언사는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예고됐었다. 최 장관은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펴서 경제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지적에 대해 "2007년과 2008년 상반기까진 원화가 나홀로 절하됐지만, 이후엔 원화만 나홀로 절상됐다"며 "특정 기간환율 움직임만 놓고 고환율 정책을 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통화옵션파생상품(KIKO)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이 줄도산에 이은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도 "가슴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당시 환율이 상승한 것은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위기 때문이지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썼기 때문은 아니다"고 책임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그러나 이전 최 장관의 발언을 보면 정부가 외환시장에 사실상 개입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2008년 3월 기획재정부 1차관 시절 "환율 급변동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이상징후를 보이면 즉각 개입하겠다"고 했었다. 또 환율급락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환율급락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했다.당시 재정부는 금리인하와 환율상승을 나홀로 주도하면서 한국은행과 충돌하기도 했다. 2008년 4월에는 "환율 시세를 조종하는 세력이 있는 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2008년 당시 환율은 정부의 입김에 따라 롤러코스터(급등과 급락)를 오갔다. 2008년 5월 환율이 급락하고 유가가 폭등하면서 정부는 결국 경제성장률 6%, 물가 3.3% 내외를 약속했다가 성장률을 4%대 후반으로 물가는 4.5%내외로, 경상수지는 70억달러 내외 적자에서 100억달러 내외 적자로 수정했었다. 최 장관은 2008년 7월 개각에서 강만수 장관을 살리고 희생양으로 1차관에서 물러났다. 주필리핀대사를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던 최 장관은 경제수석시절에는 말을 극도로 아꼈다. 그는 자신은 귀만 있고 입은 없다고 했다. 그러다 강만수 라인이 부활하면서 지경부 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최 장관은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를 1주일 앞두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으로 여야 청문위원들을 방문, "잘 부탁합니다"라며 한껏 몸을 낮추었었다.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의원실을 직접 찾은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당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한나라당 지도부의 부적격 결정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와중에 이뤄진 것이어서 논란이 있었다. 최 장관은 부인 고향이 전북 고창이라고 지역 연고도 소개하면서 가깝게 다가섰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렇게 직접 찾아오다니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나무랐다는 후문이다. 이어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의원들의 공박에 "제 말도 좀 들어보시라"는 등의 거친 언행으로 야당에서 까도남(까도까도 의혹이 나온다)으로 불리우기도 했다.취임 후 최장관의 설화는 이익공유제를 둘렀싸고 정운찬 전 총리와 가진 대리설전이 기폭제가 됐다. 정 전 총리가 이익공유제를 설명한 기자회견을 연 지 다음날인 지난 3일. 최 장관은 대한상의에서 열린 민간부문 에너지절약 동참 선포식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익공유제가 동반성장에 부합된다고 해도 절차와 방식을 따져야 한다. 이익공유제를 기업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이익공유제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밝힌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반대입장을 밝혔고 정 전 총리가 다시 재반박을 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최 장관은 이어 지난 16일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최 장관은 "초과이익공유제를 계속 주장하는데 대중소기업이 같이 가자는 차원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몰라도 현실적으로 이론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초부터 틀린 개념이다. 현실적인 개념도 아니고 더이상 (논의를) 안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후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장 직 사퇴의사를 전달해 논란이 정치권으로 번졌고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재보선 선거를 앞두고 최중경 장관이 말을 아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산자부(현 지경부) 출신의 전직 관료는 "대내외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경부는 실물경제부처로서 대기업,중소기업과의 공조가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윽박지르고 통제하는 시대는 이미 갔다"면서 "최틀러라는 별명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내포하는데 최 장관이 긍정적인 면을 좀더 부각시켜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경호 기자 gungh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이경호 기자 gungho@ⓒ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