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 ‘후끈한 제안’ 日에 통했다

현대重, 이동식 발전기 日 긴급지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일러스트=이영우 기자 20wo@)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우리 것이 더 좋은 제품이 있는데, 이걸 보내는 게 좋지 않나요?"지난 19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를 맞아 민계식 회장, 이재성 사장 등 현대중공업 경영진들과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참배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이렇게 운을 뗐다.그날 아침 한 신문에 게재된 미국 GE가 후쿠시마 원전에 가스터빈 발전기 'TM2500' 10대를 제공하겠다는 보도를 접한 뒤였다.정 의원은 "미국에서 출발하는 발전기가 일본 현지에 도착하려면 배 시간만 해도 열흘이 넘는다"며 "거리상으로 가까운 우리가 이동식 발전설비(PPS)를 제공하면 하루라도 빨리 일본 국민들이 전력난을 덜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방법을 강구해 보자고 제안했다.이후 정 의원과 민 회장, 이 사장 등은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러한 뜻을 알렸고, 일본에 보다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고민중이던 김 총리는 흔쾌히 허락해 그날 오전 11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임채민 국무총리실장, 미즈코시 히데아키 주한 일본 공사, 민 회장, 이 사장이 회의에 참석한 뒤 구체적 지원방안을 협의했다. 일본 정부측 수용 여부가 관건이었다. 업계에서는 지진해일 초반부터 현대중공업의 PPS 지원 방안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력사업 선진국인 일본 정부가 자존심을 굽힐지 판단이 서지않아 현대중공업이 먼저 제안을 하는 것은 상황이 맞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17일 구호성금 5000만엔을 일본 적십자사에 기탁하면서도 PPS 제공은 빠졌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하지만 GE의 가스터빈 발전기 지원 소식을 접한 뒤 상황은 반전됐다. GE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핵심 장비인 원자로 제품과 기술을 제공한 업체로, 이번 사태로 일본내 기업 이미지는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가스터빈 발전기를 지원하겠다고 하자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단 받아들이긴 했으나 사태 수습후 손해배상 싸움에서 이 건이 문제로 작용할지 몰라 부담이 됐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7년 중남미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설치한 이동식 발전설비(PPS)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와 현대중공업이 공동 지원으로 PPS를 제안하고, 일본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양국간 대화는 급진전됐다. 곧바로 현대중공업과 도쿄전력이 이틀간 총 4회의 컨퍼런스콜을 통해 당장 지원 가능한 PPS 4대를 보내기로 합의했다.현대중공업의 PPS는 회사가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을 주기관으로 하고 있으며, 발전기 구동에 필요한 설비를 40피트급 컨테이너(FEU)에 담아 손쉽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소규모 패키지형 발전소'로, 지난 2006년에는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1대당 1.7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총 4대를 통해 약 2만6000명이 사용 가능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주파수 개조(60Hz→50Hz)와 수송 등을 거치면 약 10일 이내에 일본에 도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현대중공업측은 설명했다.PPS는 후쿠시마 지역 원자로 냉각수 가동을 위한 전력공급을 위해 긴급 투입될 예정이며, 이 작업이 마무리 되면 전력난을 겪고 있는 인근 주민들을 위한 전력공급 설비로 활용될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추가지원을 하기로 협의했다.특히 PPS는 우리가 독자개발한 발전기가 처음으로 일본 본토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사례로 남게 돼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전력 선진국인 일본은 전력 기자재 업체들이 진출에 성공했으나 발전기 설비가 공급되는 것은 처음으로 우리의 기술력을 일본에 알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현대중공업 관계자는 "PPS 지원은 지진ㆍ해일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피해지역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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