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태는 악화일로다. 방사선 수치가 급상승해 급기야 소수의 '결사대'만 남고 특수방호복을 착용한 작업자조차 철수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원전에서 20∼30km 떨어진 지역에서 평소 6,000∼6,600배에 이르는 방사선량이 검출되는 등 방사성 물질의 대량 유출이 현실화되며 열도는 '핵 공포'에 빠졌다. 당초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피해에 온 관심을 기울인 전 세계는 이제 일본 원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북한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핵시설 안정성은 어떨까. 현재 북한 내에는 가동중인 원자로가 없는데다 규모 자체도 작아 일본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경수로 건설과 가동 여부에 따라 심각한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북한이 보유중인 핵시설은 1986년 건설한 5MW 실험용 원자로와 1965년 구소련이 영변에 건설해준 IRT-2000 원자로, 재처리 방사실험실, 핵연료가공공장 등 4기다.이중 5MW 실험용 원자로는 가동이 중단돼 있고 IRT-2000 원자로는 그야말로 '연구용'에 불과해 일본과 같은 폭발의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재처리 시설의 경우 소량의 방사능이 누출돼 인근지역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핵전문가들의 설명이다.이미 지난해 11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우라늄농축시설을 전 세계에 공개한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이 매우 긴급한 문제라고 경고한 바 있다.헤커 박사는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 안전을 위해선 각종 경험이 축적된 여러나라와의 공조와 노하우 공유가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북한은 현재 사실상 고립된 상태라는 점이 걱정"이라고 지적했다.헤커 박사는 이어 "북한이 지난 24년간 핵을 다루면서도 아직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긍정적이 부분"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안전문제가 국제 공조 등의 형태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으면 자칫 가동 중에 방사능 유출에 따른 인근지역 오염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더욱 큰 문제는 북한이 영변에 새로 짓고 있는 실험용 경수로다. 북한이 2012년까지 건설하겠다고 공언한 이 경수로는 열출력 100MW이며 전기출력으로 환산할 경우 25∼30MW로 추정되고 있다.북한은 경수로 건설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방사능 누출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현재 북한의 안전관리 기술로는 안전성에 커다란 문제가 생겨 또 다른 '방사능 공포'를 몰고 올 개연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지난달 24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 영변지역에 진행중인 경수로 공사는 모든 이웃국가들에 심각한 안전상의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보다 (영변 경수로와 관련된) 핵 안전 문제가 더 긴급한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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