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총대를 멨다. 다른 재계 총수들은 묵언(默言), 또는 낯빛으로 이 회장을 후방지원함으로써 이익공유제를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재계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찬반의사가 아니라 개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나선 것은 논란 쟁점으로서의 가치조차 부여치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이 회장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4년여만에 참석, 기자들과 만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사회주의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에서 쓰는 말인지, 아니면 공산주의에서 쓰는 말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제학 책에도 없는 용어이고 부정과 긍정을 떠나 도대체 무슨 말 인지 조차를 모르겠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초과이익공유제'라는 단어가 경제계에 존재 조차 하지 않으며 따라서 논란거리 자체가 될 수 없다는 의미로 직설적으로 '반대'의견을 밝힌 것보다 정 위원장에 가해지는 충격이 훨씬 컸다는 평가다.
4년 2개월만에 전경련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이 작심하고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 의견을 밝혔다면 다른 재계 총수들은 침묵 속의 표정변화로 이 회장 의견에 동조의사를 보냈다.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회의장에 입장하면서 "(초과이익공유제가) 무슨 말인지 난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개도 절레절레 흔들었다. 회의를 마친 후에는 같은 질문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표정과 입이 굳은 채였다. 이 날 오후 고(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 사진전부터 '이익공유제'라는 단어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시종 미소를 머금었던 그였다.전경련 신임 회장으로 첫 회의를 주재한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는 물론, 회의 분위기가 좋았냐는 질문에 조차 굳은 표정으로 묵묵부답이었다.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낮빛도 속내를 감추지는 못했다. "국제유가가 더 오를 것인지는 카다피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농담까지 섞어가며 기자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던 최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의견을 묻자 표정이 딱딱해졌다. 만찬장에서 마신 와인 몇 잔으로 화색이 돌던 최 회장의 얼굴에는 "정 위원장과 만날 의사가 있는 지"에 대한 질문으로 더욱 붉은 꽃이 폈지만 막상 입은 열리지 않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전경련측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말끝을 돌렸다.막상 전경련은 회장단 회의에서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공식입장을 밝히면서도 회의발표문을 통해 우회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혔다.회장단은 발표문에서 '건강한 자본주의'와 '창의적 시장경제'를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발표문은 외부간섭이 아닌 자율적인 동반성장을 역설한 것"이라고 풀이했다.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작년에 전경련 차원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자금지원과 생산기술 이전 등을 현재 개별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언급, 이익 공유제에 대한 재계의 거부감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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