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건설사도 ‘흔들’… “시장과 민간공급자가 상생해야”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수급불균형으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면서 중견건설사들이 잇달아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비교적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건설사들마저 경영난에 쓰러지고 있어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지난 8일 시공능력평가순위 73위인 월드건설이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데 이어 11일에는 효성그룹 자회사인 진흥기업이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채무상환 유예를 요청했다. 진흥기업은 효성그룹의 자회사로 지난해 6월 건설사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 판정을 받았다. 당시 자체적으로는 자금난을 해결하기 쉽지 않았지만 모회사인 효성그룹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과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순위는 43위다.연초부터 월드건설 진흥기업 등과 같은 중견건설업체들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일감부족과 공공부문 공사 발주 감소 등으로 회사를 유지할 만한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중견건설사들의 ‘경영난’으로 직결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전국에 공급된 주택물량은 총 18만2000여가구로 이중 민간이 공급한 물량은 8만6000여가구에 불과했다. 당초 계획물량인 25만가구의 34% 수준이다. 그렇다고 분양을 실시한 건설사들이 모두 순익분기점을 넘긴 것도 아니다. 분양사업장 총 172곳 가운데 25곳만이 순위 내 청약마감에 성공하며 분양성공률도 14.5%에 그쳤다. 이는 37%에 달했던 2009년보다 절반이상 감소한 것으로 분양가도 10%나 하락하며 밑진 장사를 했다.좋은 입지와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무장한 공공물량의 역습도 중견건설사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전체 공급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보금자리 등 공공물량으로 등장해 민간물량들은 외면을 받은 것이다.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공급된 보금자리 등 공공물량으로 민간물량은 경쟁력을 잃었다”며 “건설사들이 주택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전세대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시장과 민간공급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한다”고 털어놨다.보금자리를 피해 공공공사 발주시장에 뛰어든 건설사들도 참담했다. 극심한 수주물량 부족으로 결국에는 일부 전문건설업체들이 건설업등록증을 반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이로인해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공공부문 총 수주액은 38조2300억원으로 2009년에 비해 34.6% 감소했다. 정부의 공공공사 발주가 4대강 사업에 집중되면서 다른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가 줄어든 탓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부채 줄이기에 나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지자체 등이 발주물량을 줄인 것도 한몫했다.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건 대형사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올해에는 4대강 사업 발주마저 마무리돼 공공공사 발주가 급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대형건설사 주택사업부 관계자는 “지난달 전국에 분양된 아파트물량은 고작 1000여가구에 불과하다”며 “주택시장이 좋지 않아 건설사들이 공급을 꺼리고 있지만 이는 결국 또 다른 수급불균형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배경환 기자 khba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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