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귀재? 아직 배고프다'
모나리자·엘칸토 등 인수"임직원 자신감 제고 중요"[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여느 때처럼 미국 출장업무를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남부럽지 않은 대기업 무역회사를 다니며 거치지 않은 보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지만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가시질 않았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사표를 내고 새로운 일을 찾았다. 회사를 직접 설립하기도, 다른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다. 위생·생활용품 전문기업 쌍용C&B를 이끄는 김광호 회장(사진) 얘기다."사표를 내기 몇달 전, 회사와 거래하고 있던 세계적인 가전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습니다. 그 회사로 옮길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기도 했죠.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만 100시간, 남들보다 두배 넘게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했으니 회사에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회사를 나온 김 회장의 눈에 들어온 건 무선통신 단말기. 당시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막 열리고 있던 터라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따로 자신만의 회사를 세워 직접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일본 휴대전화 업체인 유니덴의 제품을 들여와 팔았다. 그는 "당시 월간 판매량만으로 삼성전자를 앞질렀을 정도로 많이 팔았다"고 회상했다.'돈을 쓸어 담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새 사업에 대한 갈망은 줄지 않았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생활용품업체 모나리자를 인수한데 이어 2005년 엘칸토를 인수했다. 같은 해 한국P&G로부터 티슈사업부를 인수해 쌍용C&B를 설립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회사를 인수했지만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은 자신이 직접 세운 웨스텍코리아를 비롯해 쌍용C&B 두곳뿐이다."임직원 스스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역점을 둘 뿐 각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공장이나 영업 등 한 분야에서 10년, 2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이 많은데 이들이 진정한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각 부서별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체제를 갖춰 스스로 끊임없이 논의하고 토론해 내린 의사결정이 최상의 결과물이 아닐까요."최고경영자(CEO)로서의 역할은 임직원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 적극 반영된 결과다. 그렇기에 'M&A전문가'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선 그다지 수긍하지 않는다. 기업을 사고 팔면서 이익을 내는 일보다는 부실했던 기업을 제자리로 올려놓은 일이 더 적성에 맞아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실제 쌍용C&B 인수 초창기 500억원 규모의 매출은 지난해 1500억원까지 크게 증가했다. 외형성장보다 더 큰 결실은 임직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점. 화장지, 기저귀 등 회사가 주로 만드는 제품들이 내수시장에만 통할 것이란 편견을 깨고 글로벌화를 주문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국내 M&A시장에서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몇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매각 수년 전부터 생산시설이나 마케팅 등에 투자를 하지 않고 직원들도 능력에 비해 훨씬 낮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믿지 못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따라서 회사를 인수하고 난 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직원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준다면 자연스럽게 회사는 잘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쌍용C&B의 제품들이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걸 상상하면 너무 신이 나고 즐겁습니다."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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