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물가 급등세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다시 한번 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11일 열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방위 물가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빠르면 2월, 늦어도 3월에 가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기업경기 둔화, 가계빚 부담 우려 등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금통위원들의 고민이 깊다. ◆커지는 물가 위협=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하고, 같은 달 공공서비스요금도 전월비 0.9% 상승하며 4년4개월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정부가 잡아놓은 3% 물가 억제선이 연초부터 뚫려버린 것이다. 문제는 물가인상 요인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는 것. 진정되는 듯했던 휘발유값이 이집트 사태로 인해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고 가뭄과 폭우 등 글로벌 기상이변으로 곡물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구제역으로 돼지고기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금융권 등의 임금인상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물가상승 압력을 선제적으로 억누르기 위해 금통위가 다시 한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아시아경제가 채권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금리 조사에서 14명 중 8명이 인상을 점쳤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월 금통위에서 전격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상반기 내내 물가상승률이 4%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은이 징검다리 인상에 나설 만한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생각보다 물가가 많이 오른 만큼, 2달 연속 올리더라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물가상승요인이 됐던 기상이변이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치 불안이나 구제역 등 전염병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발목 잡는 기업경기ㆍ부동산=금리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가뜩이나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기업경기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했다간 기업들의 조달비용을 늘려 경기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가계의 이자 부담에 대한 우려도 높다. 지난 11월, 1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이후 은행들의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해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지난 1월 금리를 인상한 직후 "향후 베이비 스텝(아기걸음)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밝혀 점진적인 금리상승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2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서도 연속적인 금리인상 보다는 '징검다리 인상'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김동환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인상의 전방위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금통위는 가계부채 부담 등 너무 빠른 인상에 대한 부작용도 염두에 둘 것"이라며 "금리정책보다는 환율과 전세대책 등 정책을 통한 대응이 우선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최근 물가상승은 원자재가 상승에 크게 영향받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금리인상은 물가 뿐만 아니라 경제적 파장이 큰 만큼 통화정책보다는 공정위 등 정부부처의 미시정책으로 물가를 잡는 것이 더 효율성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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