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선 앞두고 대규모 인사 후폭풍 예상때이른 용퇴·은행간 M&A...경영공백 우려차기 수장 선임방식 제도적 장치 마련 필수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이광호 기자, 이현정 기자]국내 금융권이 연초부터 'CEO(최고경영자) 리스크'로 휘청거리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후계자 구도를 둘러싸고 촉발된 내홍과 우리ㆍ하나금융지주 CEO의 임기만료, 산은금융지주 회장의 용퇴선언 등 CEO 인사요인이 한데 맞물리면서 금융권에 거대한 리더십 공백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로 시작된 은행권의 인수합병(M&A)도 리더십 공백에 한몫하고 있다. CEO리스크의 후유증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차기 회장 인선이 진행되는 과정에 대규모 인사가 단행돼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권에 확산되는 "개점휴업" 분위기 = 연초 금융권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복지부동' '눈치보기' '줄서기' 등으로 압축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신한ㆍ우리ㆍ하나 등 KB를 제외한 3대 금융지주와 산은지주 등 거대 금융회사의 CEO 인선이 2월과 3월에 집중돼 있어 금융권이 크게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지난 29일 개최한 제6차 특별위원회에서 다음 달 8일 투표를 통해 26명의 후보를 3~4명의 최종 면접후보군으로 압축하고 14일 단독후보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최종 후보로 선정되면 2월21일 이사회와 3월 주주총회를 거친 후 회장에 취임하게 된다. 류시열 회장과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차기 CEO 선임 과정에서 무리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다는 것. 신한금융은 본부장급 이하 임직원 인사에서 18명의 본부장급과 181명의 부서장급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또 280명의 부서장을 자리이동하는 등 평소의 2배가 넘는 큰 폭의 인사를 발표했으나 그 결과를 놓고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서진원 행장이 취임초부터 강조했던 내홍의 후유증을 없앤다는 소위 '인사 탕평책'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탓이다. 우리금융지주는 다음달 9일까지 회장 후보자를 공개 모집하고 헤드헌팅 업체의 추천도 받은 뒤 2월 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회장 단독 후보는 신한금융과 비슷한 시기인 다음달 중순쯤 드러날 전망이다. 단독후보는 3월4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3월25일 주주총회에서 선임되는데 이팔성 회장의 연임 여부와 강만수 위원장의 행보가 관건이다. 이 와중에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도 3월 사퇴를 시사했다. 민 행장은 지난 29일 열린 신년 모임에서 "내 임기는 6월이지만 다른 금융기관장 임기가 3월인 만큼 훌륭한 분을 모시기 위해 임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며 "후임 CEO는 다른 은행과의 차별화를 고려할 때 산은의 해외 기반을 크게 키워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권태신 유엔평화대학 AP재단 이사장, 진영욱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권 이사장의 경우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과 OECD 연금기금관리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고, 진영욱 사장은 재무부의 은행과장과 국제금융과장, 재정경제원 국제금융담당관 등을 거쳐 한화그룹의 금융 CEO로 10년 넘게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 CEO 선임방식 메뉴얼화해야=금융권의 CEO리스크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신한금융은 특정인이 수십년간 집권하면서 후계자 양성에 소홀한 나머지 '신한 사태'라는 초유의 결과를 초래했고, 정부가 최대지분을 보유한 우리금융은 지난 2001년 지주회사 출범 이후 4명의 회장이 등장한 가운데 무리한 성과주의가 부실채권(NPL) 비율을 높이는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했다. 하나금융도 68세 고령의 김승유 회장이 CEO 정년제 도입을 언급했지만, '정권연장'을 위한 단기적 방책일 뿐 정형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감독원은 이미 CEO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감독방안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CEO의 갑작스런 유고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이 제대로 구축되고 있는 지를 점검할 것"이라며 "이사회, 감사위원회 등 견제 기구가 제 역할을 수행하는지 등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CEO리스크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에 대해서는 금융계에서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제왕적 CEO의 무한 권력행사와 이를 빌미로 한 정부 관치금융 등 국내 금융계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병폐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누구나 공감하고 예측가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재계와 달리 금융회사에서는 소유구조가 분산돼 있는 만큼 느닷없이 등장하는 CEO로 중장기 경영전략 등 미래설계가 힘든 만큼 바람직한 경영권 승계시스템 이 시급하다"며 "CEO 임기 초기에 차기 선임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안에 관련 메뉴얼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CEO리스크란 CEO가 독선에 빠지거나 갑자기 부재상태가 됨으로써 해당기업이 위험해지는 것을 일컫는다.조태진 기자 tjjo@이광호 기자 kwang@이현정 기자 hjlee303@<ⓒ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금융부 조태진 기자 tjjo@금융부 이광호 기자 kwang@금융부 이현정 기자 hjlee303@ⓒ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