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자동차에 이어 건설장비도 친환경 바람이 거세지고 있으나 정작 1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러한 추세에 전혀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리더십과 상관 없이 수익만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콧방귀 뀌면서 제품 출시는 없어=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의 전기 굴삭기 '로벡스(Robex) R300LC-E'를 출시하자 두산인프라코어 영업 직원들은 콧방귀를 꼈다.특별한 이유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소비자들이 불편해해 안 팔릴 것이라 단정 내리고, 제품 분석도 하지 않은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영업 담당 직원은 "시장에 무슨 영향을 주겠느냐. 이동성에 제약이 많은 전기굴삭기는 아직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하지만 현대중공업의 전기 굴삭기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입장과 달리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운 것으로 전해졌다. 호기심에 둘러본 고객들이 실제 구매하겠다고 의사를 바꾼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건설장비 시장에게 두산인프라코어와 경쟁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도 친환경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최대 건설장비 업체인 고마쓰가 하이브리드 굴삭기 'HB205'를, 미국의 캐터필라 산하 기업인 캐퍼필라 재팬도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의 전동 불도저 'D7E'(28t급)를 개발해 일본시장 판매를 개시했다.HB205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도입해 연비 성능을 기존 대비 25% 이상 향상한 제품으로서 차체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충전해 놓았다가 기계를 가속할 때 재이용할 수 있고, D7E는 전동 모터로 움직이기 때문에 트랜스미션(변속기)이 없어도 되므로 연비 기능이 향상됐다. 고베 제강 그룹 자회사인 코베루코 건설 중기계도 기존 모델 대비 40% 가량 연비 성능을 향상한 8t급 소형 유압 굴삭기를 출시하는 등 일본 건설기계 시장은 친환경 경쟁 상태다.◆종이 한 장으로 버티기?= 하지만 내수 및 중국시장 1위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친환경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총괄 사장은 올해 경영전략의 핵심 단어로 '리더십'을 강조했는데, 정작 중점추진 사항에는 중국형 굴삭기ㆍ휠로더 추가 개발 및 각 지역 고객 지향적 제품 개발 및 라인업 확충이라고만 적혀 있다. 건설기계는 2~3년마다 전체 라인업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두산인프라코어가 제품 라인업을 변경한 지는 이 시기를 훨씬 지나쳤다. 당초 지난해 라인업 변경이 예상됐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올해에도 친환경 제품 출시는 계획에 잡혀 있지 않은 것이다.회사측이 밝히는 이유는 제품의 작동기능을 고도화해 연료 소모량을 줄이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장비 업계는 시장 1위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그저 현재 물량의 판매에만 급급해 기술개발 활동이 현저하게 둔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친환경 제품도 판매가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한 건설장비 업체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9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레드닷 디자인 전시회에 출품한 하이브리도 굴삭기 그림이 있는데, 이 그림 한 장으로 지금까지 자사가 친환경 업체라고 우려먹고 있다"며 "밥캣 인수후 유동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R&D 부문에 대한 관심도 떨어진 듯 하다"고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 시장에 올인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내수 고객에 대한 서비스 능력도 예전만 못하다고 들었다"며 "이를 가볍게 여긴 두산인프라코어가 방심할 경우 고객의 잠재된 불만이 표면화 되는 시점부터 시장 판도도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채명석 기자 oricm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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