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강국 확인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들이 두각을 보인 한 해였다. 올 한해 과학기술계에서는 다음 세대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연구들이 여럿 열매를 거뒀다. 그러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 강화와 나로호 발사 실패를 둘러싼 책임 논란 등은 2011년의 '숙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핀 상용화 등 굵직한 성과 거둬='꿈의 신소재' 그래핀 응용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한 것은 올해 과학기술계의 성과로 손꼽힌다. 그래핀은 매우 얇고 강도가 뛰어나며 늘리거나 접어도 전기 전도성이 유지돼 종이만큼 얇은 모니터, 손목에 차는 컴퓨터 등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보인다. 올해 6월 성균관대학교 나노과학기술원의 홍병희·안종현 교수팀이 30인치 크기의 고성능 그래핀 투명전극 소재를 제작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그래핀의 특성을 구현한 최초의 응용 사례로 기록됐다. 한편 성균관대 화학과 이효영 교수 연구팀은 상온에서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생산하는 방법을 발견해 그래핀 상용화 가능성을 앞당긴 것으로 평가받았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는 올 10월 중수소 (D) 핵융합 반응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핵융합에너지는 바닷물에 풍부한 중수소와 지표면에서 쉽게 추출할 수 있는 리튬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자원 고갈 걱정이 없고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다. 1억도 이상의 고온 플라즈마 상태에서 수소원자핵들을 융합시켜 에너지를 이끌어내는데, 중수소 핵융합 반응 성공은 본격적인 핵융합에너지 생산의 첫걸음마로 평가된다. 이 성과로 우리나라는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세계 7개국이 참여중인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프로젝트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이밖에도 원자력 분야는 연구용원자와 상용원전 수출 성과를 올렸고, 극지연구 분야에서도 국내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이 남극대륙 제2기지 후보지인 케이프 벅스 지역에서 정밀탐사와 쇄빙 능력 검증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환했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10일 오후 5시1분 2차 발사됐다. 하지만 나로호는 이륙 137초만에 폭발하면서 추락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나로호 발사 실패는 큰 아쉬움 남겨=우주강국 진입의 시금석으로 기대를 모았던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 2차 발사는 올해에도 실패로 막을 내렸다. 지난 6월 10일 발사된 나로호는 이륙 후 137.8초 이후 비행 중 폭발했다. 지난해 8월 인공위성 궤도진입에 실패한 데 이어 두 번째다. 국민들은 나로호의 예기치 못한 폭발로 인해 스페이스 클럽 진입의 염원도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한-러 실패조사위원회(FRB)'를 꾸려 실패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3차 발사 준비에 들어갔다. 한국과 러시아 양 측 전문가로 구성된 한·러 실패조사위원회는 지금까지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3차례의 회의를 개최했고 현재는 양측의 전문가가 입회해 실패 원인 규명을 위한 실험을 실시중이다. 구체적인 3차 발사 시기는 실패 원인이 정확히 규명된 이후 결정된다. 이 같은 실패에도 국과위 강화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국가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마련됐다. 현 정부 출범 후 과학기술부가 담당하던 역할이 교과부와 지식경제부로 통폐합되면서 부처간 연구개발(R&D)이 효율적으로 조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정부에서 비상설기구였던 국과위를 대통령 소속 상설행정위원회로 개편하고 예산 편성ㆍ조정권을 부여하는 '파격안'을 내놓은 것. 국과위가 예정대로 내년 4월 출범하면 기획재정부가 정해 주는 R&D 예산 총액 중 국방 및 인문사회 R&D와 국립대학 교수 인건비를 제외하고 75%가량을 넘겨받아 직접 사용처를 조절하고 연구성과 평가를 담당하는 등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할 전망이다. 김수진 기자 sj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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