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시행사에 대여금 2800억 풀었다..왜?

3년만에 3배나 급증 '자금난 시행사와 윈윈'..대여조건 등 비공개 '입찰경쟁 제한' 의견도

아시아경제 스페셜 기업분석-시공사의 단기대여금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대림산업이 5300억원에 달하는 풍부한 현금성자산(현금포함)을 활용해 금융위기 이후 단기대여 활동을 크게 확대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측은 단기대여의 급증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시행사 및 조합을 위한 자금 지원 성격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해당 대여금이 시공사 입찰 선정에 대한 경쟁 제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합이나 시행사 측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금의 선(先) 대여 조건이 '낙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대림산업이 단기대여금의 채무자 및 대여 조건 등을 사업보고서에 전혀 기술하지 않아 투자자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즉, 해당 사업장 및 재개발 사업의 부실 수준을 파악할 수 없어 투자 왜곡 현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도 '경영의 투명성'차원에서 시공사의 단기대여금 명목을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3ㆍ4분기말까지 3208억원을 단기대여금으로 잡았다. 지난 2008년말 단기대여금(825억원) 대비 289%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 누적순이익(2880억원)보다도 많은 액수다. 해당 대여금의 상당수는 시행사(2800억원) 및 조합 대여금(300억원)으로 풀린 것으로 파악됐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쌓아놓은 현금을 활용하기 위한 한 방편"이라며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시행사 및 조합들과 윈윈(win-win) 차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요 채무자와 대여 조건은 회사 사정상 밝힐 수 없다"며 "계열회사 등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고 이율은 평균 7~8% 수준"이라고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문제는 반기 순이익 규모를 뛰어넘는 단기대여금의 용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투자자의 투자판단을 자칫 왜곡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다. 대림산업측은 대손충당금 적립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다고는 하지만 외생변수로 인한 사업장 부실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대림산업은 한 사업장 부실로 대손충당금설정률이 최대 64%까지 높아진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림산업은 16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했던 해당 사업장에 대한 공개도 거부했다. 최진영 금융감독원 회계서비스국장은 "시공사가 시행사나 재개발 조합에 대한 금융활동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경영자의 경영투명성 차원"이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불특정 관계의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경영보고서에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대림산업의 단기대여금 규모를 고려할 때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공개 제한이) 위법성을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법적으로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있어 세부적인 인맥 관계상(전직 임원 등)까지 규정하기에는 기업 활성화를 위배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형건설사가 시행사나 재개발조합에 대한 단기대여금을 늘리는 것은 건설업계의 경쟁적인 입찰을 오히려 제한하는 요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시행업체 대표는 "재개발 사업은 원칙적으로 시공사들간의 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재개발 관련 조합의 경우 자금력이 없는 상황에서 사전에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줄 수 있는 시공사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귀띔했다. 즉 대림산업처럼 재개발 조합에게 단기대여금을 쉽게 대출해줄 경우 여러모로 가산점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시행사가 토지 매입 등을 위해 임시방편용 응급 대출인 '브릿지론'으로 자금을 차입할 경우 제 2금융권 이자율은 10%대 초반, 이후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전환할 경우라도 일반적인 금리 수준은 8.5~9.5%에 달한다"며 "이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건설사가 존재할 경우 사실상 입찰 경쟁에 우위를 점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대림산업측이 밝힌 단기대여 구성 항목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한 시행사 관계자는 "관련 사업 수익을 나누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공사가 시행사측에 직접 자금 대여를 해주는 경우는 드물다"며 "시공사가 자금을 대여해주는 상대방은 대부분 재개발 사업에 대한 조합"이라고 업계 상황을 전달했다. 대림산업의 전체 단기대여금(3200억원) 중 시행사에 대한 대여금(2800억원) 비중은 87%에 달한다. 결국 대림산업만 특이하게 시행사에 대한 자금 혜택을 유난히 많이 배푼다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시행사에 대한 특수관계인 여부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낮지 않다. 한 회계사는 "시행사는 영업만을 위한 '페이퍼컴퍼니' 형태가 많아 사실상 대표가 누구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며 "시행사 대표 및 이해관계자의 전직 경력 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자금을 대여해 준 시공사 출신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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