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체들 재고바닥·설탕값원당 인상폭 못따라가[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이미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국제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그렇다고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아주 죽을 맛입니다."(식품업계 고위관계자)해외시장에서 커피와 설탕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국내 식품업체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커피 원두가격은 최근 파운드당 2달러 선을 돌파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 커피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원당 역시 지난 6월 초 이후 2배 가량 올라 관련업계의 손실폭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국내 커피 및 제당업체들은 정부의 생활물가 안정 정책에 대한 부담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입장이라 손실을 감내하며 속앓이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시장 1위 업체인 동서식품은 이미 내년 원가절감 등 긴축 재정에 올인하기로 방침을 굳힌 상태다. 동서식품 고위관계자는 "원두 가격이 파운드 당 1센트 올라가면 원가 부담이 16억~17억원씩 늘어난다"면서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동안은 그동안 미리 구매해둔 원두를 사용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라고 말했다. 원당가격 폭등으로 그동안 적자폭을 완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온 제당업계에도 암울한 분위기만이 감돌고 있다. 지난 7월 말 설탕가격을 평균 8.3% 올렸지만 원당값 인상폭이 워낙 커 그동안의 손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제당업계 1위인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는 이미 예견된 손실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러시아에서도 수출 제한을 내년 7월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는 등 올해 뿐만이 아니라 내년에도 주요 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여 어려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특히 이들 업체들은 최근 생활필수품의 가격을 국제시세보다 낮춰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더욱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커피와 설탕 등은 공산품과 같은 성격의 제품이 아니라 국내 산업의 특성과 소비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 어떤 지표와 통계적 근거에 의해 비교를 하겠다는 것인지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무조건 가격을 억누르기만 할 경우 나중에 더 큰 시장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한 식품업체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고민해주면 업계도 원가 절감 등의 노력을 통해 함께 고통을 감내할 텐데 무조건 업계에만 부담을 주는 점이 아쉽다"라고 토로했다.한편 뉴욕 국제거래소(ICE)에서 커피는 27일 장중 한때 2.046달러로 1997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또 3월 만기 원당은 파운드당 27.96센트를 기록하며 지난 6월 초(14센트)보다 2배 정도 상승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조강욱 기자 jomarok@ⓒ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