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 사모펀드 이용 KCC '데자뷰'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2003년 11월14일, KCC그룹은 서울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한BNP사모펀드가 매입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2.82%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개인 자금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모펀드가 매집한 지분이 정상영 명예회장 지분으로 밝혀지면서 KCC측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44.39%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명예회장측은 기존에 알려진 신한BNP파리바 투신운용의 단독사모펀드 외에도 사모 뮤추얼펀드를 통해서도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핵심인 현대상선의 대주주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장악하는 것은 현대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었다. 당시 KCC측은 현대상선 지분도 6.93% 보유 중이었다.정 명예회장측 기습작전의 성공으로 끝날 것 같았던 '시숙부의 난'은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KCC의 현대그룹 접수 선언 1주일 후인 2003년 11월21일, 금감원은 KCC와 계열사가 3개 뮤추얼펀드를 통해 확보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7.8%는 의결권이 제한되며 처분명령 대상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KCC는 유리에셋의 3개 뮤추얼펀드가 특수관계인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 펀드에서 매입한 지분 7.8%는 증권거래법의 공시의무를 명백히 위반했다”고 설명했다.이후 검찰이 KCC의 지분매집을 편법을 통한 인수합병(M&A) 시도라며 정 명예회장을 기소하는 등 여론이 나빠지며 '시숙부의 난'은 무위로 끝났지만 남편의 유고로 갑작스레 경영권을 맡은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던 현정은 회장에겐 첫번째 큰 위기였다. 약 7년의 세월이 흐른 2010년 8월, 현대상선에 물량을 매집하려는 기관들이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대형 자문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사자' 주문이 들어오면서 현대상선 주가가 10% 이상 뛰었다.현대상선이 M&A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둔 선취매 차원의 물량이란 해석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현대그룹으로선 7년전 기억이 '데자뷰'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현대중공업그룹이다. 현대중공업은 2006년 장외에서 현대상선 지분을 대거 매입, 최대주주로 올라선 후 지금까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현대건설이 보유한 상선 지분을 확보한다면 현대그룹 인수도 불가능한 일은 안니다. 현 회장의 시댁 식구들과 2차전인 '시동생의 난'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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