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재완 기자]지난 1991년 '여명의 눈동자'라는 드라마가 MBC를 통해 전파를 탔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72억 원이라는 제작비를 들인 이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는 큰 성공을 거뒀다.그로부터 20년 뒤 2010년 MBC에서는 '로드넘버원'이라는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13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블록버스터 드라마는 지난 15일 6.9%(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전국 기준)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손에 들었다. "'로드넘버원'을 보다 요즘 '여명의 눈동자'를 다시 보고 있다"는 시청자 함모 씨(29·여)는 "솔직히 그 때 드라마나 요즘 드라마나 달라진 것이 없다. 폭파신 같은 것들도 그 때가 더 웅장하고 리얼한 것 같다. 내용 역시 그 당시 드라마가 더 탄탄하다"고 말했다.실제로 '여명의 눈동자'는 당시 필리핀 등 현지 로케를 감행해 태평양 전쟁을 리얼하게 카메라에 담아냈다. 전투신 역시 요즘 시청자들이 봐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성도 높은 영상을 내놨다. 소설가 김성종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드라마는 또 스토리면에서는 원작의 탄탄함을 제대로 살려내며 극의 깊이를 더했다.
반면 '로드넘버원'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과하게 압축된 스토리, 한껏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에도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전투신 등을 들 수 있다.방영 초반 어린 수연은 자신이 목욕하는 것을 훔쳐본다며 장우의 뺨을 때렸다. 하지만 그 다음 장면에서는 장우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고 갑작스레 사랑에 빠진다. 성인이 된 수연은 사랑하는 장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살을 기도하지만 그 다음 장면에서는 태호와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가 됐다. 마치 시청자들에게 '그 사이 내용은 상상하면서 보라'고 통보하는 듯하다. 이 같은 '뛰어넘기' 스토리는 8회가 방송된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21일 방송분에서는 장우가 태호에게 "자결하라"는, 마치 일본 스타일의 '할복'을 요구하는 장면이 등장할 예정이다.영상도 이전 전쟁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봐오던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연예 관계자는 "물론 발전된 CG등이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도 많이 봐왔던 장면이라 전혀 색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3D가 만들어지는 시대에 전쟁극은 업그레이드된 영상을 보여주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로드넘버원'에게서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이제 반환점을 돈 16부작 '로드넘버원'은 이미 촬영이 끝난 사전 제작 드라마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나머지 반이 좀 더 진일보한 스토리와 구성으로 입맛을 만족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재완 기자 star@<ⓒ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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