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술 취한 호랑이다. 비틀거리다 쓰러지더니 좀처럼 일어나질 못한다. KIA는 지난 4일 대구 삼성전 패배로 14연패에 빠졌다. 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은 구겨진지 오래다. 팀(10연패)은 물론 전년도 우승팀 최다연패(10연패) 기록을 모두 넘어섰다.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긴 프로야구 역대 최다연패(18연패)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불명예 기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뛰며 18연패를 경험한 김바위 SK 와이번스 관리부장을 만나 25년 전을 돌아보며 해법을 엿보았다. 삼미 슈퍼스타즈 김바위, "뻔뻔함으로 연패 끊었다"출발은 상쾌했다. 3월 30일 롯데와 개막전을 5-1로 이겼다. 전년도 시즌 27승을 거둔 최동원을 두들겨 얻은 승리. 꼴찌 수모는 더 이상 없을 듯했다. 하지만 다음날 롯데 신인 박동수에게 0-3 완봉패를 당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것이 기나긴 연패의 시작이 될 줄. 당시 주축선수로 뛴 김바위 SK 와이번스 관리부장은 “끔찍한 일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좋은 추억이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불길한 기운을 느낀 건 언제부터였나. 첫 패배까지만 해도 연패로 이어질 줄 몰랐다. 경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우리 팀은 공격력이 약했다. 초반 점수를 뽑지 못하면 뒤집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중압감을 느낀 건 7연패를 당한 뒤부터였다. 선수들 모두 "어, 왜 이러지"라며 당황했다. 구단에서 특별한 조치는 없었나.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다보니 불길한 기운을 함께 인식했다. 연패를 끊으려고 별의별 노력을 다 했다. 특히 종교의 힘을 많이 빌렸다. 구단으로 목사와 스님을 불러와 기도를 하게 했다. 따로 바이오리듬 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선수들에게 징크스가 생겼을 법한데. 훈련 없이 경기에 바로 출전한 적이 있었다. 훈련 없이 경기를 가진 적도 있었고. 어떤 것도 효과는 없었다. 10연패를 당하면서 승리만 간절해졌다. 정말 너무 힘들었다. 상대팀 선수들도 부담을 가졌을 것 같다. 10연패가 넘어가니까 만나는 팀마다 긴장을 했다. 희생양이 될까봐. 몇몇 친한 선수들은 우리랑 붙는 게 심적으로 괴롭다고까지 했다. 19연패로 이어지지 않은 건 MBC선수들이 긴장한 탓이었다. 실책을 많이 저지르더라.팀 내 내분 등도 생길 법한데. 내분은 없었다. 오히려 서로에게 미안해했다. 실점을 허용할 때마다 투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실책을 저지르는 야수들도 마찬가지였고. 나중에는 포기로 이어졌다. 조금씩 뻔뻔해졌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때부터 팀에 응집력이 생겼다. 선수들이 더 열심히 운동을 했다. 이내 팀 분위기는 밝아졌다. 생각해보면 누구를 원망하는 것만큼 부질없는 일도 없는 듯하다. 선수들 모두가 자조한 일이니까. 아픔은 그게 다가 아니다.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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